그리어 USTR 대표와 APEC 통상회의서 의제 구체화 전망 美와 조선업 협력...존스법 등 규제 난관 정부가 트럼프발(發) 관세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기술 협의 후 통상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조선 협력이 핵심 카드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 내 건조 요건 등 자국 우선 규제가 한국 기업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6일 산업부에 따르면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을 총괄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무급 인사들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관세 협상을 위한 실무 작업반 구성에 착수했다.
미국은 관세와 비관세를 포함한 통상 현안을 주제별로 세분화한 '프레임워크'를 매개로 한국, 일본 등 18개국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세분화된 의제와 프레임워크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외신 등의 내용을 종합하면 관세와 쿼터(할당),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등이 협상의 주요 범주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구체적인 통상 협의 내용은 오는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의 만남에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부각하며, 양국에 이익이 되는 상호호혜적 협력 방안을 모색해 패키지딜을 준비 중이다. 협상의 핵심에는 한미 조선 협력 방안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거북선 문양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새겨진 기념주화를 선물하며 조선업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이 해군력 강화와 조선업 재건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핵심 카드로 조선 협력을 꺼내들며 통상 의제를 이끌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미국 조선 산업 관련 정책 주요 내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수주량 기준 중국, 한국, 일본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70%, 17%, 5%를 차지했다.
한국은 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핵심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출을 회복하고 있으며, 2024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6% 증가한 256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경쟁력은 미국이 일본보다 한국과의 조선 협력에 더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한미 양국 간 상호호혜적인 조선 협력을 위해선 난관이 남아있다. 1920년 제정돼 미국 해운·조선산업 보호를 골자로 한 '존스법(Jones Act)'의 개정이 그 핵심 과제로 꼽힌다. 존스법은 미국 내의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하고, 선체·상부구조 주요 부품을 미국 내 제조해야지 미국산 선박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최근 자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해군력 강화를 목표로 관련 법안들을 발의 했지만, 현재로선 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과거에도 존스법 개정을 목적으로 한 'Open America's Waters Act'(117, 118대)가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지난달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의 해양 지배력 견제, 동맹국 협력 강화, 자국 조선업 재건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이 조치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일시적으로 활용해 자국 산업의 시간을 벌려는 전략일 뿐, 조선업 규제를 한국에 유리하게 완화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이를 관세나 비관세 분야의 협상 지렛대로 삼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합의한 사안이 아닌 데다 총리나 장관의 임시 체제로 추진되는 협상은 차기 정권에서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국민을 설득할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 모두 부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