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유, 마칠 종, 갈 지, 아름다울 미.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하여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뜻이다. 시작만 하고 끝을 잘 맺지 못하면, 오히려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시작도 쉽지 않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완성이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생겼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지고 결국 흐지부지 끝나는 모습을 경계하는 말이다.
출처는 주역(周易)이다. 땅이 위에 있고 산이 아래 있는 겸괘(謙卦)에 '謙(겸), 亨(형). 君子有終(군자유종)'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번역하면 '겸은 형통하니, 군자는 끝마침이 있다'가 된다. 산처럼 높은 능력과 지위를 가졌더라도, 땅 아래 머무는 것처럼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면 어떤 일이든 끝까지 잘 마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아름다운 마무리'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도 일을 마지막까지 성실히 해내는 사람을 진정한 군자로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유종지미'의 정신을 온전히 체현한 여정이었다. 그는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교황이라는 전 세계 14억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 자리에 오르고서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에도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북한 방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라며 사제 없는 땅이라도 기꺼이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마디로 그는 끝까지 겸손을 잃지않고 사람들을 챙겼다. 세속적 성공이나 외적 권위를 좇지 않고, 끝까지 '유종지미'를 견지했던 모습은 오늘날 지도자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교황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한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던지는 말씀이 아니다. 중요한 건 초지일관(初志一貫)의 각오다. 교황은 이를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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