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의 로힝야족 난민촌 모습. A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의 로힝야족 난민촌 모습. AP 연합뉴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활동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AA)의 탄압을 피해 인접국 방글라데시로 넘어오는 로힝야족 난민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방글라데시 내에 체류 중인 로힝야족 난민은 최소 130만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방글라데시 유력 매체인 데일리 스타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남동부 차토그람주(州)와 닿아있는 미얀마 라카인주에선 지난 2023년 11월부터 AA가 미얀마 정부군에 대한 무력 공격을 본격화했습니다. 이후 AA는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여 현재 라카인주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장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라카인주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 이슬람교도 로힝야족은 살해, 실종, 고문, 강제 징집 등 심각한 탄압에 직면했지요. 이에 수많은 로힝야족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3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방글라데시로 들어온 신규 로힝야족 난민은 11만3000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작년 6월 이후 입국했습니다. 2023년 11월 이전 방글라데시로 피신해 차토그람주 콕스바자르 난민촌에 자리잡은 약 120만명을 포함하면 방글라데시에는 적어도 130만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급증하는 난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주 방글라데시 정부 산하 난민구제 및 송환위원회(RRRC)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새로 유입된 11만3000여 명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추가 시설을 시급히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당국은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RRRC 위원장인 미자누르 라흐만은 "수용시설을 새로 지을만한 공간이 없다"면서 "새 시설을 건설할 경우, 미얀마 라카인주에 남아 있는 다른 로힝야족까지 대거 방글라데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져 (언젠가는 해야 할) 이들의 송환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시민단체 '평화와 인권을 위한 아라칸 로힝야족 사회(ARSPHR)'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위원장인 주바이르는 "최근 들어 AA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을 쫓아내고 방글라데시와 네팔, 인도 출신의 라카인족을 그 지역에 재정착시키고 있다"며 "이것이 로힝야족의 방글라데시 피신 원인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라카인주 내 로힝야족이 처한 상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하다"면서 "국제사회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AA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및 주요 국가들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 관계자들은 "방글라데시는 제한된 자원과 공간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해 왔지만,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이 문제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면서 국제사회가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로힝야족은 언어, 종교, 문화 면에서 미얀마의 다수 민족인 버마족과 구별됩니다. 이들은 벵골어와 비슷한 로힝야어를 사용하며,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인구는 약 2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공식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1982년 제정된 국적법에 따라 로힝야족은 시민권을 박탈당했고, '불법 이민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2017년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 반군의 공격을 빌미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상당힌 피해를 입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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