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

이백만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나는 갈 것이다)."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짧은 한마디가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에 대한 교황의 망설임 없는 응답이었다. 그러나 방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희망은 과연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이라는 외교전을 기록한 드라마이자, 바티칸이라는 신성한 세계에 대한 문을 열어주는 귀한 안내서다. 책은 숨 가쁘게 전개된 방북 추진 과정을 한 축으로, 교황청의 신비와 일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다른 한 축으로 삼아 이야기를 펼쳐낸다.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없는 교황청 안에서 3년을 보낸 저자는, 그 누구도 듣지 못했던 교황 방북 프로젝트의 숨겨진 진실을 풀어놓는다.

당초 교황 방북은 불가능해 보였다. 북한에는 가톨릭 사제가 단 한 명도 없다. 교황은 원칙적으로 사제가 없는 나라를 방문하지 않는다. 교회법에 따르면 방북은 애초에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 그 한마디로, 그는 반대하는 사제들을 설득하고 북한 땅을 밟을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모든 흐름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평화를 향한 꿈은 다시 미래로 밀려났다. 그 결정적인 순간들을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는 생생히 증언한다.

교황의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그 모든 과정의 밑바탕이었다. 첫 만남부터 한국 수녀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언급했던 교황은, 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었다. 북미정상회담의 파탄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던 그의 모습은 이 땅의 평화를 진심으로 염원하는 한 성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자는 과거의 실패 속에서 미래의 실마리를 찾는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 '세계청년대회'(WYD)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만약 그때 차기 교황이 북한 땅을 밟는다면, 그 걸음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울리는 평화의 서곡이 될 것이다. 저자는 조용히 다짐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준비를 멈추지 않겠노라고.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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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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