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한국 전통가요를 대표했던 이미자의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 맥(脈)을 이음'이 진행된 것이다. 그녀는 "은퇴는 아니지만 앞으로 공연이나 음반 취입은 없다"고 밝혔다. 앞으론 가요계 원로로서 이벤트성 TV 출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을 더 하지 않는 것은 그녀의 완벽주의 때문이다. 1960년대 초 서구풍 음악이 득세할 때 이미자의 64년작 '동백아가씨'로 전통가요가 부흥했다. 이 노래는 당시 국민적 인기를 누렸지만 왜색 등의 이유로 금지곡이 되고 말았다. 이미자의 다른 노래들 중에도 일본풍, 비탄조 등의 이유로 금지된 사례가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대중음악에 대한 멸시, 특히 트로트에 대한 멸시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과거엔 트로트를 '뽕짝'이라고 하며 저속하게 여겼다. 대중음악 전체가 '딴따라'로 폄하되었는데, 그래도 그중에서 서구풍 음악은 그나마 대접을 받은 반면 트로트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렇다보니 트로트 또는 전통가요의 대표적 가수인 이미자에게도 당연히 그런 여파가 미쳤을 것이다. 그렇게 기성 주류 시스템이 멸시할수록 그녀는 더욱 절차탁마했다. 언제나 기품을 지키고 완벽한 음악을 하려 했다.

그래서 마지막 공연이 됐다. 그녀는 공연할 때 조금이라도 음악적 오차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 공연은 없다고 선언했다. 평생 동안 지켜온 음악적 완결성을 지킬 수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다.

원래는 거창하게 마지막 공연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 측에서 작년에 2차례 공연을 요청했지만 이미자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 이번에 3번째 요청에 응한 것인데, 그 이유는 공연의 취지가 새롭게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단순한 이미자 결산 공연이 아니라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다.

일제시대 때부터 형성된 전통가요의 맥이 1960년대 초에 흔들릴 때 이미자가 나타나 그 흐름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서구풍 음악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이미자가 그 전통가요의 맥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기성 주류로부터 뽕짝이라고 멸시당할 때도 이미자는 그녀의 노래에 울고 웃으며 위로받는 국민의 모습에 자부심을 가졌었다. 개발시대에 한국인이 있는 곳에선 으레 이미자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부터 사석에선 이미자 노래를 애창했고 파월 장병,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모두 그녀의 노래에 힘을 얻었다.

이미자를 '엘레지의 여왕'이라고 한다. 슬픈 노래의 여왕이라는 뜻이다. 이걸 보고 비탄조라고 폄하하지만 이건 그 시절 우리 국민의 정서였다. 국민의 정서를 그대로 노래에 반영해 국민과 공감하고 시대를 위로한 것인데, 그걸 낮춰보는 건 우리 공동체 자체를 폄하하는 것이다.

국민의 사랑 속에 우리 현대사를 관통한 전통가요를 일본 음악으로 치부하는 것도 문제다. 일제시대 때부터 서구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현대문화가 형성됐는데, 그 서구문화 유입은 당연히 일본을 통해 이루어졌다. 대중음악도 서구음악이 일본에서 동양화되면서 한국에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민요 등과 결합해 한국화, 토착화되었다. 이 음악을 일제시대 때부터 개발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수많은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고 지켜왔는데 이게 어떻게 일본음악이란 말인가? 당연히 우리 전통가요라고 하는 게 맞다. 보통은 트로트라고도 하고, 이미자 본인은 전통가요라는 명칭을 더 선호한다.

바로 그 전통가요의 맥을 멸시가 컸던 시절에 지켜낸 대표적 목소리가 바로 이미자인 것이다. 그걸 반드시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던 것 같다. 이번에 주현미, 조항조 그리고 '미스트롯3'의 진 정서주, '미스터트롯3'의 진 김용빈이 후배 대표로 무대에 올랐다. 이제 '한'의 시대는 끝났으니 후배들은 엘레지가 아닌 새로운 전통가요의 맥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미자의 위상은 상전벽해했다. 과거엔 금지곡 판정을 받았고 1989년엔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저속하다며 거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결국 공연을 성사시켜 큰 주목을 받았었는데 이번 마지막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측의 삼고초려로 성사됐다. 이젠 세종문화회관이 먼저 모시는 가수가 된 셈이다. 앞으로 우리 개발시대가 재평가되고 문화적 자부심이 커질수록 이미자의 위상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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