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이재명 후보 '기재부 쪼개기' 등 구체화

범보수 진영 대선주자들 공약화 가속도

'군살 빼되 효율성 제고' 대전제 지켜야

관세전쟁·경제난 감안한 심려원모 절실


역대 대선을 전후한 공직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조직 개편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헤쳐모여'가 반복되면서 정부 부처를 요동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공직자들의 동요와 업무 공백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대통령 입장에선 국민께 약속한 핵심 공약을 지키고, 국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대선 과정에서 새 대통령이 일할 정부 조직의 밑그림을 제시한 뒤 인수위원회에서 정교하게 가다듬고 입법화하는 수순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의중대로 정부 조직이 개편된 전례는 거의 없다. 입법권을 장악하지 않고선 밀어붙일 수 없는 탓이다. 탄핵으로 물러난 윤석열 정부가 대표적이다.

윤 정부는 출범 5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이 돼서야 개편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 기능의 보건복지부 이관, 복지부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설치다. 공약대로 여가부를 폐지해 여성 불평등 개선에 집중했던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개편안에는 또 국가보훈처의 부 단위 격상과 재외동포청 신설 방안이 들어있다. 이후 보훈처의 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 뒤에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 우주항공청 신설 이외의 핵심 개편은 물거품이 됐다. 특히 여가부는 윤 대통령 임기 내내 논란을 빚으면서 논의가 수렁에 빠졌다. 역대 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새 대통령의 '조각'(組閣)이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음에 따라 '조각'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 공직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DB
정부세종청사 전경.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 공직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DB


조기대선 시간표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대선 후보를 확정한 더불어민주당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경제부처의 경우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기능 조정으로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논의가 뒤따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에너지 중 이들 모두를 분리하거나 에너지 분야만 떼어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그동안 '기재부 힘 빼기'를 공언해왔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후보 수락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 해 '왕(王)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 저도 일부 공감한다"며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바통을 이어받듯 다음날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어 구체적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핵심은 기재부를 기획·예산 기능과 재정 같은 나머지 기능으로 분리하는 안이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예산처와 재경부로 나누자는 것으로, 이 후보 공약에 포함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기재부 쪼개기 논의를 신호탄으로 기능 이관이나 통폐합을 포함한 다른 부처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의 움직임이 관심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8일 부내 핵심 요직인 예산실과 세제실 수장을 바꾸는 1급 인사를 단행했다. 당장 새 정부 출범 2개월을 채 남기지 않은 터라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리더십 공백이 발생한 데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고위공무원 인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기재부는 또 '민생경제 안정'에 방점을 둔 정책라인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물가와 고용을 총괄할 민생경제국을 새로 만드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기재부는 정책 부서의 업무 조정을 해 그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2년 전부터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인사에 대해선, "적체 해소를 위한 정기 인사"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의 '알박기' 주장을 반박한 것인데 새 정부 출범 뒤 이뤄질 것이 확실시되는 조직 개편과 맞물려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과 달리 범여권 후보들은 정부조직 개편의 방향성이나 구체적 내용을 종합적으로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디테일 보다 중장기적 국가 미래발전을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진영에서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문수 후보는 노동개혁과 전통산업 및 신산업의 융복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한동훈 후보는 첨단산업을 총괄하는 미래전략부와 국가 지속가능성을 다루는 사회보장부 신설을 구상하고 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현행 19개 부처를 13개로 줄이고 안보·전략·사회부총리 등 '3부총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일찌감치 발표했다. '최소 정부, 최대 분권'을 기치로 여성가족부, 통일부 등 존재 사명이 퇴색한 부처를 통폐합하고, 해양수산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환경부, 국가보훈부 등 업무가 중복되거나 옥상옥으로 지적받아 온 부처는 실무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정부조직 개편 공약은 대선의 단골 메뉴다. 얼마나 중요하면 우리나라 법률 제1호가 정부조직법일까. 올해는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관세전쟁' 같은 변수가 산재해 있다. 산업부만 하더라도 미국과의 협상이 발등에 불이다. '강을 건널 때는 말을 갈아타지 말라'는 말이 있듯 전쟁 중에 부처를 쪼개기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만큼 개편 시점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자 관건이다.

세종정부청사의 한 고위공직자는 "정부의 군살을 빼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동안 설익은 조직개편 추진이 국정 공백으로 이어지고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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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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