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투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와 미국 금리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 받는 미국채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을 24억4200만달러를 사들였다.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매수액이다,
기존 최대 매수액은 지난해 9월 23억3600만달러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정책 차이로 인한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 이하로 떨어지며 투자세가 집중된 바 있다. 당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6%까지 떨어졌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침체를 예상하며 매수 수요가 줄어든 것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결국 채권 가격도 하락했다.
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더 커졌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무역분쟁 발발과 이로 인한 미국 기업의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미국 정부와 달러의 약세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채권 수요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연 4.160%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4.5% 까지 뛰었고, 이날까지도 4.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중 3%대까지 하락했던 만큼,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매수세가 집중된 것인지,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매수세 유입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결국 채권 가격이 하락하며 이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겠나"라고 짚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채권을 매입하며 관심이 높아진 것도 매수세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야당 등은 최 장관이 투자한 상품이 결국 우리나라의 통화 약세를 통해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경제 최고 결정자인 기재부 장관이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반 투자자들도 추종 매수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미국 채권의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채권금리가 내려가며 매수세가 집중됐고, 올해 더 많은 이익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되며 월 기준 가장 높은 매수세를 기록했다"면서도 "결국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으로 시장이 정상화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매수세가 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