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ATM. 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ATM. 연합뉴스


지난 6년여간 국내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규모가 무려 8423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 4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8422억8400만원(총 468건)이었다. 사고 규모와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한 해 사고 금액은 3595억6300만원(112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올 들어서도(지난 14일 기준) 이미 481억63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집계됐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배임과 횡령이 전체 사고 액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개별 은행 중에는 우리은행이 최다 사고액을 기록했다.

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는 단순한 내부 일탈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 범죄다. 금융회사가 국민들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 당국의 감사가 숱하게 이어졌다. 개선 명령을 내리고, "재발 방지" "내부통제 강화" 등의 말을 반복했지만 금융사고는 계속 터지고 있다. 사고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어나고 있으니 툭하면 "감사"를 외친 금감원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의 감사가 '보여주기'에 불과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6년여 동안 842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감사가 형식적 점검에 그친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할 것이다.

금융감독의 본질은 사후 점검이 아니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구조적 위험을 미리 포착하고, 이를 제어하는 데 있다. 이제 금감원은 사고 발생 이후의 '뒷북 대처'를 넘어, 사전 예방 중심으로 감독 체계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 겉치레 감사가 아니라, 금융사의 실제 리스크 요인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는 정밀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최고경영진에 대한 관리 책임을 엄격히 묻는 문화를 정착시키지 않는 한, 내부통제 강화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개선이 없는 감사는 무용지물이다. 지금이야말로 근본적 쇄신에 나설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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