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샤히드 라자이항 폭발 현장에서 부상자를 옮기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샤히드 라자이항 폭발 현장에서 부상자를 옮기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반다르압바스의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기준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보고됐습니다.

메흐르 통신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호르모즈간주(州) 당국은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사고로 최소 40명이 숨지고 1000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또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 중 2000개가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은 이날 오전 기준으로 화재의 약 80%가 진압됐다고 밝혔지만 강풍 등 영향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인명 구조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호르모즈간 주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사흘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중앙정부도 오는 28일 하루를 애도일로 정했습니다. 이에 맞춰 각지의 영화관도 일시적으로 폐관하기로 했습니다.

샤히드라자이 항구는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이란 최대 항구입니다. 연간 약 8000만톤의 화물을 처리하며, 석유 탱크와 화학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토요일은 이란에선 한주의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었죠. 당시 항구에 많은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던 때라 인명 피해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폭발이 너무 강력해서 약 50㎞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고, 항구 건물은 대부분 심하게 파손됐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초기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지요.

연기가 반다르압바스 도시 전역에 번지면서 당국은 인근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당국은 주민들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으며, 학교와 사무실은 폐쇄됐습니다. 당국은 다만 "유독성 가스가 유출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구조대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폭발로 인한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철저한 상황 파악과 원인 규명을 지시했습니다.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도시 곳곳에서 구조 인력이 동원됐고, 현장엔 모메니 장관이 파견돼 사고 수습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 폭발은 이란이 오만에서 미국과 3차 핵협상을 시작한 날 발생했으나, 협상이 폭발과 관련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란 당국은 일단 테러나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이번 사고와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이란 위기관리 기구 대변인은 컨테이너 안 화학물질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항구 한쪽 구석에 보관돼 있던 화학물질 보관 컨테이너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화재 진압 전까지는 원인 규명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정황이 지난 2020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대참사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시에도 항구 한편에 6년째 적재된 다량의 질산암모늄이 폭발 원인으로 지목됐지요. 질산암모늄은 농업용 비료로 쓰이지만 화약 등 폭발성이 강한 무기를 제조할 때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한 관계자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폭발 원인이 미사일 고체연료 제조에 쓰이는 과염소산나트륨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최근 몇 달 사이 미사일 고체연료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싣고 온 배 2척이 이 항구에 정박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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