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오는 29일(현지시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째를 맞이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은 국내외에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질풍노도처럼 도입한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거의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적 관세 체계를 도입했다. 심지어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중국과는 누적 10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서로 주고받기식으로 부과하며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활을 명분으로 내세운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세계는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미국의 세수 증가와 일부 산업 보호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미국 경제 자체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도 '탈이념'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분명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리더라는 미국의 기존 정체성을 약화시키면서, 노골적으로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외교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비판하기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3년을 맞아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담아 유엔 총회에 상정된 결의안에 미국이 북한,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진 장면, 같은 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몰아세운 뒤 사실상 쫓아낸 장면 등은 충격적이었다.

동시에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미국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현장인 가자지구를 종전 후 미국의 통제하에 휴양지로 개발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확장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에선 전통적 외교 문법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인태 지역 동맹국과의 관계,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중시하는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들의 역할 확대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에선 '문화전쟁'을 본격화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의 대거 폐기,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 압박, 반이스라엘 시위 참여 학생들의 비자 취소 조치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원칙과 충돌하는 결과를 낳았다.

극단적 효율을 지향하는 혁신 기업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메스'를 맡긴 연방정부 구조조정은, 그 필요성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있지만 속도와 강도 면에서 지나치게 과하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여론이 심상치 않다. 로이터와 입소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경제 운용 지지율은 37%로, 과거 1기 집권 때를 포함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정책이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는 신호다.

트럼프는 지금 거대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위대함'을 외치며 쥔 패가 결국 '고립'과 '분열'로 귀결될지,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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