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뤽 마리옹
김동규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장뤽 마리옹(1946~)은 철학과 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존 사유의 틀을 뒤흔들었다.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를 묻는 '현상학'은 주로 세계가 의식에 나타나는 방식을 분석하며 현상 자체를 철학의 중심에 두려 했다. 이에 마리옹은 기존 현상학이 멈춘 지점을 짚고, 그 지점에서부터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그 길이란 현상의 주어짐 자체에 천착하는 현상학, 바로 '주어짐의 현상학'이었다. 주어짐의 현상학은 사랑, 신성, 예술적 경험과 같이 인간의 의식이 온전히 포착할 수 없는 현상들까지 아우른다. 이로써 마리옹은 현상학적 사유를 형이상학의 틀에서 해방시켰다.
책은 이처럼 독창적 사유를 펼쳐온 마리옹의 철학을 열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해설한다. 마리옹이 데카르트 철학에서 끌어낸 '회색 존재론'과 '백색 신학', 그리고 '존재-신(神)-론' 개념은 그의 탈(脫)형이상학적 사유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그의 탈형이상학적 신 개념은 현대 종교철학과 신학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울러 책은 '증인', '포화된 현상', '계시' 등 주어짐의 현상학을 이루는 핵심 개념들도 명쾌히 정리했다.
책은 데카르트 연구자, 철학사 연구자, 종교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철학적 자극을 제공한다. 형이상학을 넘어선 사유, 철학과 신학의 창조적 긴장 속에서 자기만의 관점을 벼려낸 마리옹의 사유를 통해 우리는 '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묻게 된다.
마리옹은 현대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현상학자이자 신학자다. 레비나스 이후 우리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현상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낭테르대학, 소르본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수학했으며, 미국 시카고대학 등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쳤다. 지금도 보스턴칼리지에서 석좌교수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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