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5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보다 16.8% 불어났다. KB·신한·하나금융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속에서도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지만 이자이익이 불어나면서 실적을 뒷받침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수익성이 나빠지지만 이번엔 은행들이 발 빠르게 예금금리를 내린 영향이다.
반면 민생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다. 금융권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각 카드사의 연체율은 일제히 상승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카드 2.15%, KB국민카드 1.61%, 신한카드 1.61%로 모두 최고치에 달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고금리인 카드 대출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금융권과 민생경제 간 온도 차가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단순한 사적 기업이 아니다. 공공성을 지닌 경제의 중추기관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금융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금융권의 모습은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지만 금융권은 과도한 '이자 장사'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익은 하늘을 찌르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에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통 분담'이다. 이익만 좇는 금융은 독이 된다. 금융권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비록 은행들이 금리를 소폭 낮추거나 취약계층 지원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초호황을 구가하는 지금이야말로 사회와 함께 가는 금융의 가치를 증명할 때다. 금리 인하,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보다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민생 금융 지원 조치가 절실하다. 금융당국도 뒷짐만 지고 있으면 안된다. 금융권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할 정책 수단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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