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지도자가 사라졌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등장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피와 땀을 호소하는 지도자들은 설 자리를 잃고, 포퓰리즘 성향의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6·3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위를 달리는 것을 보면 이런 흐름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경제정책인 '이재노믹스'(이재명 +이코노믹스)는 논란 많았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의 '시즌2'로 부를 만 하다. 아니 '이재노믹스'는 '소주성 시즌2'를 훨씬 앞서가는, 아마도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중국 덩샤오핑의 말을 앞세워 '우클릭' 현상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봐온 그의 언행을 감안할때 표를 겨냥한 '립서비스'일 것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존경하는 박근혜'라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 포기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대선 후 "기본 시리즈를 포기한다고 하니 진짜 포기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을 바꿀 걸로 생각한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이 후보의 기본적인 생각은 경제가 좋지 않으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왕창 돈을 풀면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대통령실로 이관을 추진하는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헌법상 예산편성권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데 이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넘기면 대통령이 마음대로 예산을 주무를 수 있게 된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보다도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그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선 정부 빚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갚으면 된다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펼쳤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바탕으로 정부 부채를 떠안는 '부채의 화폐화'다.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기 위해 정부가 수십, 수백조원의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한은이 인수하면 될 것 아니냐는 논리다.

경제의 '경'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엉터리 얘기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폐 가치는 종이 값보다 못하게 되고, 신뢰를 잃은 경제는 완전히 망가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경제철학은 이런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이를 늘리는 게 아니라 있는 파이를 공짜로 나눠주는 데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돼 있다. 노동쪽에 치우쳐진 민주당의 각종 입법들이 이를 반영한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업체가 직접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하게 끔 길을 터주는 노란봉투법, 소액 주주들이 무차별로 회사를 향해 소송을 걸 수 있게 만든 상법, 쌀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해 쌀 생산 과잉을 유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 등 모두 곁으로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기업 경영을 마비시키는 법들이다.

시장은 이런 반시장·반기업적 악법들에 반드시 '복수'를 한다. 그리고 그 복수의 치명적 영향은 불행하게도 정치 권력자나 부자가 아닌 서민들을 향한다. 포퓰리즘적 정책은 반드시 또다른 위기를 몰고 온다.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역사적 사례는 이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세계무역 위축, 고령화 등에 의한 내수 부진, 중국의 기술 굴기 등으로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다. "대한민국의 피크는 이미 지났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추경을 하고 국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주며, 금리만 낮추면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착각한다.

이런 단기부양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물가 불안, 재정건전성 악화, 부동산 폭등이라는 후유증도 각오해야 한다. 경제가 장기성장하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길 뿐이다. 자본과 노동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총요소생산성을 높여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노동 생산성은 강력한 노조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막히고, 총요소생산성은 까다로운 규제와 반기업 정서가 막고 있다. 고비용 구조는 여전하고 인재는 한국을 떠나며, 미래 기술 경쟁력은 중국에 뒤쳐진다. '성장의 DNA'를 상실한 상태인데 국가적 위기의식마저 없다.

최근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배터리업체 CATL는 단 5분 충전으로 520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선보였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 연구소들은 24시간 연구개발에 몰두한다. 하지만 우리는 주 52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연구소들도 '나인 투 파이브'다. 이러니 경쟁이 될 것인가. 명령으로 결코 되지 않는 게 경제다. 문재인 정권의 '소주성'과 수요억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에서 그 결과를 똑똑히 경험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금융 시장이 망가지고 있는 건 반시장적 정책에 대한 '시장의 복수' 때문이다. '잘사니즘'을 내건 '이재노믹스'가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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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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