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주 아이앤나 사업총괄대표
최근 한국 사회는 급격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출산율 0.7~0.8명대라는 전례없는 수치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떠오르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텐포켓'(10 Pocket)이다. 이는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등 가족 구성원 다수가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현상을 뜻한다.

과거 대가족 중심의 사회에서는 여러 자녀가 가족 내에서 함께 성장하며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분산되었다. 하지만 저출산 기조로 인해 한 가정당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한 명의 아이에 집중적으로 자원이 투입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조부모 세대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 손주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부모의 형제들까지도 조카의 교육비나 생활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늘면서 '텐포켓'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저출산이 심각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 구조가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부양 방식이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부모와 친척들이 경제적으로 개입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텐포켓 현상은 아이 한 명이 풍족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가족 구성원이 함께 양육에 참여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을 통해 양질의 교육과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조부모나 친인척의 도움은 양육 부담을 경감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교육비 부담이 큰 한국 사회에서는 텐포켓 현상이 사교육 시장과 문화 체험의 확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부모 세대가 손주들에게 어학연수나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텐포켓 현상은 몇가지 문제점을 동반할 수 있다. 첫째 가족 간의 경제적 지원이 불균형하게 이루어질 경우, 부담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조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 다른 친척들이 부담을 나누지 않는다면 부모 세대의 경제적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

둘째 지나친 경제적 지원이 아이에게 과잉 보호나 소비 중심적인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부모뿐만 아니라 여러 친척들이 아이의 경제적 필요를 채워주다 보면, 아이가 금전 감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물질적 가치관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이러한 지원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부모 세대나 조부모 세대의 경제적 상황이 언제까지나 안정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조부모 세대의 경제적 능력이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향후 세대 간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저출산 시대의 텐포켓 현상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가족 경제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균형있는 부담 분담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하다. 육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공공 정책, 기업의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다자녀 가정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정내에서도 텐포켓 현상을 보다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지원이 단순히 금전적인 측면에만 집중되지 않고 육아 참여, 정서적 지원 등의 형태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조부모와 친인척이 아이에게 단순한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긍정적인 삶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변화하는 가족 구조 속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텐포켓 현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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