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공수처 도입 논의의 시작은 1996년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에 포함되어 있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안이었다. 이후 20여 년의 논의 끝에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제정되면서 공수처가 설치되었다.

애초에는 영국과 뉴질랜드의 중대비리조사청, 홍콩의 염정공서, 대만의 염정서를 모델로 한 공수처의 도입에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공수처법이 제정되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공수처 관할 범위에 비해 조직과 인력이 너무 부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요 사건들을 처리하는 공수처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리고 검찰 및 경찰과의 관계 조정 내지 협력체계에 대한 규정의 미비도 지적되었다.

그러나 공수처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도 개선은 없었고, 그 결과는 곧 공수처의 활동을 통해 드러났다. 공수처 설치 이후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보여준 것은 없었고,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공수처 폐지론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 자극받은 탓인지,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특히 체포영장 집행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및 집행, 구속영장 청구 등의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곧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불허로 이어지면서 사건을 이첩받았던 검찰이 충분한 수사도 없이 공소를 제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공수처의 존재감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 오히려 공수처 폐지론을 더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공수처의 문제는 운영의 문제보다 제도의 문제가 더 크다. 공수처법 자체가 전·현직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들의 중요 범죄를 관할로 하는데, 과거 전직 대통령 등의 중요사건 하나에 투입되었던 검사가 100명 내외였던 것을 생각하면, 공수처 검사의 숫자가 25명이라는 것은 턱없이 적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수처가 수사기관이면서,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으로 변호사 자격 10년, 수사 등의 실무 경험 5년 이상일 것을 요구하던 것도 충분치 않다고 했는데, 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 자격 5년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은 작은 조직이라도 소수정예로 구성하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공수처법 제24조는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거나,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나, 이와 관련한 사전 협의절차 등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갈등을 낳았다. 더욱이 이와 관련하여 공수처는 공수처 규칙으로 정한 사항들을 검찰과 경찰이 따르도록 요구함으로써 마치 상급기관인 것처럼 행동하여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제때 해소되지 못했던 것이 공수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며, 따라서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를 살리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문제는 설립 초기와는 달리 현 상태에서 공수처를 살리는 것이 훨씬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공수처의 실패로 인해 유능한 인재들을 공수처 검사로 영입하는 것이 훨씬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오동은 공수처장이 공수처의 관할범위 확대 및 공수처 수사사건 전체에 대해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할범위는 넓고 조직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여기서 관할범위를 더 확대하는 것보다는 적절하게 한정하고, 그에 맞춰서 조직과 인력을 적절하게 확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에 대해서만 수사한 모든 사건에 대해 기소권까지 갖겠다는 것은 검찰을 공소청으로 바꾸면서 공수처가 과거의 검찰처럼 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과연 공수처장의 그런 요구에 국민들이 공감할까?

공수처는 지금 권한 확대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존폐 문제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는 일차적 주체는 국회일 것이지만, 실질적 주체는 주권자인 국민이다. 따라서 공수처의 유용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이에 대한 공감을 얻지 못하면, 공수처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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