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의약품 공급망 체계가 주요국들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2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에 따르면 정순규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제약바이오 산업팀장은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종합적인 체계 마련과 함께 관련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5년 이상의 장기적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면 2030년까지 특정 의약품에 대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정 팀장은 "정부는 기존에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의 일환으로 질병관리청과 식약처에서 신종 유행병에 대한 R&D 지원이나, 국내 제조사에 국가필수의약품을 위탁 제조하는 등의 사업은 운영했다"면서도 "전체적인 공급망 안정을 목표로 하는 물자 확보·제조시설 확충·원료 자국화 등에 대한 자국 기업 지원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 기존 백신·치료제 개발과 공급 외에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공급망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의료 장비·의약품·API 등의 필수 자원의 공급망 복원력을 높이고 위기 상황에서도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려는 목적의 법률을 2023년 6월 발의했다.

또 식품의약국(FDA)과 협력해 필수의약품 목록과 생산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의약품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소해 생산·유통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향후 5년 동안 미국 내 소분자 원료의약품(API)의 생산을 25% 확대해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하는 계획도 있다.

유럽의 경우 유럽 내 생산을 위한 우선순위 설정 규제 마련, 기술 개발과 R&D 비용을 지원하는 중앙 관리 기금 설립, 유럽산 API와 의약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가격 설정 및 보상 체계 등이 '핵심의약품 법'에 마련됐다. 일본도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의약품을 포함한 공급망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 수립을 시작했다.

나아가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등 주요 물자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정, 리쇼어링 또는 온쇼어링의 공급망 내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의약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인터뷰에서 별도의 품목별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팀장은 "미국 내에서 제조 여부를 의약품 조달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 제조업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라며 "올해 이후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과 중국의 대응, 일본과 유럽의 공급망 규제 변화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원료의약품 생산량은 중국(44%), 인도(20%) 순으로 특정 국가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만6162건의 API를 전 세계에 수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로 중국 API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의약품 원료와 중간재의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정부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자국 내 제조 설비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 팀장은 "우리나라도 제약산업 육성법과는 별개로 공급망 안정과 지속가능성 향상을 핵심으로 하는 '제약바이오 공급안정화법(가칭)'의 제정을 검토할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내외 의약품 공급망 조사(리스크 대비)부터 시설투자(제조 역량 확보), 생산 및 비축(위기관리)을 아우르는 종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제공.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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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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