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애지봇(Agibot) 상하이 공장.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애지봇(Agibot) 상하이 공장. 로이터 연합뉴스
21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전 세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 기업은 총 66곳이었다. 이 가운데 무려 40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전체의 61%에 해당한다. 미국·캐나다 기업은 16곳(24%)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의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단 1곳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다.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국가적 감각, 그리고 민관의 전략적 투자 의지의 차이일 것이다. 중국은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으로 선언하며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베이징에선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가 개최됐다. 상하이에선 이달 이종(異種)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규모 훈련 거점이 문을 열었다.

미국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군수·의료·물류 분야의 핵심 플랫폼으로 여기며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펼치고 있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기술 대기업들이 직접 개발에 나섰다. 대조적으로 한국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로봇 강국'을 외치지만 정작 민간의 기술 축적과 창업 생태계 구축은 지지부진이다. 로봇 소프트웨어·부품은 해외 의존도가 높고 관련 인력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게다가 정부 규제는 여전히 낡았고, 지원은 파편화돼 있다.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로봇을 개발하기엔 여건이 너무 나쁘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이대로라면 '휴머노이드 시대'가 도래해도 우리는 뒷좌석에 앉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는데, 이제 '휴머노이드 패권'에서도 밀려나고 있는 판국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지금처럼 "추격이 가능하다"는 막연한 자기 위안에 머문다면, 미적지근한 대응을 이어간다면 우리 경제는 '폭망'할 것이다. 기술이 곧 국력이고, 로봇이 미래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휴머노이드 전환'을 로봇산업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규제 정비와 함께 민간투자 유도를 위한 대책을 내놔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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