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이후 12년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로 선종했다.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 2월 14일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그는 증세에 호전을 보여 3월 23일 38일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했다. 최근에는 활동을 재개, 전날 부활절 대축일에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만나고 부활절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는데 갑작스레 선종 소식이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래 정치·종교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 평화와 화합, 공존의 씨앗을 뿌렸던 종교 지도자다. 평생 청빈하고 소탈한 삶을 실천했다. 허름한 구두를 신고 순금 십자가 대신 철제 십자가를 걸며, 소형차에 탄 겸손하고 서민적인 교황의 모습에 세계인들은 감동했다. 호화로운 관저를 멀리하고 일반 사제들이 묵는 공동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했다. 권위와 물욕을 멀리한 소박한 삶과 검소한 정신은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에 지치고, 극단적인 정치와 종교 갈등으로 갈라진 세계인에 한줄기 등불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을 몸소 찾아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보냈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미국과 쿠바의 2015년 국교 정상화에 기여를 했고, 2017년 로힝야족 추방으로 '인종 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2021년 이라크 땅을 밟아 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끊임없이 평화의 목소리를 냈다.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서도 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반도의 평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14년 8월 4박 5일 일정으로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찾아 명동성당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방북도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됐다.
세계는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인해 물질적으로는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으나 전쟁과 분열, 정치와 종교 갈등으로 인한 분쟁은 더 극심해졌다. '가난한 자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균열된 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교황을 뜻하는 라틴어 '폰티펙스'(Pontifex)는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교황의 명칭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과 다툼의 장벽을 허물고 다리를 잇는 '평화의 사도'였다. 그의 뜻과 정신은 우리 안에 살아 인류의 미래를 환히 비추는 영원한 등불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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