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단호하게 외쳤다. "우리는 수십 년간 중국에 속아 왔다. 더 이상 미국은 바보처럼 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고율의 보복관세를 중국에 때렸다. 그것도 한 두 품목이 아닌, 사실상 모든 대중 교역 물품에 '관세 폭격'을 퍼부었다. 엔비디아의 H20 칩 중국 수출까지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수조 원의 타격을 입게 됐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사람들이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맷집을 키워놓은 터다. 이미 대외무역 포트폴리오 상당 부분을 다변화해 대미 의존도를 많이 줄여놓았다. 이번에 트럼프가 선공하자 미국산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 제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미 국채 매각도 강력한 보복 수단이다.

이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중국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긴 했지만 먼저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화하고자 하면 문을 열어놓겠지만 싸우겠다면 끝까지 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양국 사이엔 더 이상 외교적 체면치레도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이렇게 서로 치고박으면서 공방을 벌이는 동안 미국의 대중 누적 관세율은 145%, 중국의 대미 누적 관세율은 125%로 높아졌다. 이 정도면 교역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그럼에도 두 지도자 모두 낮은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대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기를 기다리면서 피 말리는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와 3연임한 시진핑, 두 정상 간 자존심을 건 대결 양상이다.

이 싸움은 단순한 무역 충돌이 아니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구조적 재편이며, 패권 경쟁의 일부다. 트럼프는 중국을 세계경제의 중심에서 떼어내려 한다. 관세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디커플링에 대비한 '경제 방파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역사상 가장 격렬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많은 이들이 이 대결 구도의 부정적 파장을 걱정한다. 미국과 중국은 둘다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교역 대상국 1위·2위 간 '치킨 게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고 경제성장 전망은 더욱 어둡게 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에겐 다른 선택지가 열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오히려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강공에 맞서 중국은 '우군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이 포함된다. 한국과의 고위급 대화를 복원하고, 한중일 정상회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이 중국에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지금이야말로 한중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에게도 한국은 단순한 동맹 이상의 존재다.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이며, 주한미군 평택기지는 중국 본토를 직접 겨눌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미국의 잠정 국가방위전략에 따르면 주한 미군이 대만 분쟁에 투입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대중 전략에서 한국은 절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이런 구도라면 한국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결정적 변수다. 양국 모두 한국을 필요로 한다. 미중 대결이 본격화되는 전환기에 한국이 전략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자산을 어떻게 쓰느냐다. 외교란 기회를 기다리는 기술이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내는 지혜다. 스스로를 단순한 주변국으로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지금은 몸을 낮출 때가 아니라, 무게를 실을 때다. 전략적 결단과 주도적 외교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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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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