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뛰어든 유치전서 49대 11… 예상 깨고 서울에 압승 대구·충남·광주 등 연대 추진… 기존 시설 최대 활용 방침 K-컬쳐에 올림픽 스피릿 더하면 75억명 소비자 창출 자신 지난 잼버리 문제점 철저히 파악… 범국민추진위 발족 추진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박동욱기자 fufus@
DT인터뷰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다른 지방 도시들과 함께 하는 전주 올림픽을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 재도약의 디딤돌로 반드시 만들어내겠습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2036년 하계올림픽에 도전하는 자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북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48년만의 하계올림픽을 열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당초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서울이 2036년 올림픽 유치 재도전을 선언하며 유일한 국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한 발짝 늦게 유치전에 가세한 전주가 '이변'을 만들어냈다. 지난 2월 28일 열린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열린 2036년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에서 대의원 총 61표 중 49표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전북은 지역 연대를 매개로 한 국민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기조인 '경제성·효율성', '기후 중립', '연대와 화합'을 구체화해 국내 후보지 경쟁에서 서울을 제쳤다. 이 기세를 이어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 가능성이 있다는 게 김 지사의 설명이다.
대담 =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인구 180만의 도시 전북이 1000만의 도시 서울과의 경쟁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대의원 투표에서 49대 11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이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며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투표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정도는 했다. 물론 처음 유치를 결정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어떻게 이기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국제적인 올림픽 모델을 구상하고, 대의원들에게 최대한 진정성있게 접근하자는 전략을 세웠는데 이 부분이 주효했다고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올림픽 모델을 세웠고 어떤 유치 전략을 사용했는가.
"국내 도시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결국 세계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IOC가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고 평가 기준에 가장 들어맞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IOC가 최근 올림픽 도시 선정에 지향하는 가치가 있다. 경제적이어야 하고, 환경 친화적이어야 하고, 연대와 화합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진행된 파리 올림픽이 그랬고,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호주 브리즈번 역시 이같은 조건에 부합했다. 우리도 그 기준에 부합하게 준비했다. 경제성을 위해 전주뿐 아니라 전북 주변의 대구, 광주, 충청 등 국제대회를 치룬 경험이 있거나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도시들과의 연대를 추진했다. 이런 계획으로 신설 경기장 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 부분에서 IOC의 경제성 기준을 확보하고 심사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서울 역시 인천, 강원 등에 경기장을 분산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우리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한국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지방 균형 발전이었다. 전북의 올림픽 유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불균형을 치유할 수 있는 '지방 도시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그런 점이 주효했다."
-프리젠테이션 영상에서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출연해 지지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고 알고 있다.
"우리가 경기장을 분산배치 할 예정인 곳의 광역단체장들에게 지지하는 동영상을 받아 상영했다. 각 시장과 도지사들이 소속 정당이 다른데도 올림픽을 기회로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올림픽이 분열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고, 또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8일 IOC 본부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계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전북이 2036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리는 시간이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도 그렇고 앞서 2032년 올림픽에서 서울이 지원했던 만큼 2036년 올림픽에서도 서울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전북이 갑자기 온 것에 놀라고 '어떻게 전북이 서울을 이겼는가'에 매우 흥미로워했다. 아울러 최근의 국내 정치 상황,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우리가 올림픽을 준비하고 유치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겠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다행히 바흐 위원장을 만나기 나흘 전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탄핵이 결정이 돼서 위원장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탄력성이 이렇게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두 달 내에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 조만간 안정이 될 것이다, 특히 유력한 주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올림픽 유치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사를 이미 표현한 만큼 앞으로 대한민국이 하나로 똘똘 뭉쳐 올림픽 유치에 매진할 것이는 점을 강조했다. IOC 현장에서도 지방도시 연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았다. 실질적인 질문으로는 각 도시가 두 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일 경우 그곳에 선수촌 분촌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IOC와 대화를 해 나가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가장 좋게 유지하는 차원에서 분촌을 지을 것인지를 결정해 가겠다는 답변을 했다. 또 현장에서는 전북이 이번 올림픽에서 강조하고 있는 '문화 올림픽'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K-컬쳐'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이나 우리가 올림픽을 통해 이 부분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인도와 카타르,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번 올림픽 유치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는가.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인도가 될 듯 하다. 인구가 14억명이다. 그곳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기본적으로 14억명의 소비자가 창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인도에는 물리적인 인구가 14억명이지만 한국은 'K-컬쳐' 소비자가 전 세계적으로 75억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75억명이 이용하는 K-컬쳐 플랫폼에 '올림픽 스피릿'을 얹어 75억명에게 선전할 수 있다는 계획이 큰 호응을 받았다. 카타르와 사우디도 강력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으나 최근 올림픽 도시를 결정하는 방식은 IOC 위원들이 직접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유치위원회라는 조직에서 심사를 하고 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로비의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 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실 전주에서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했을 때 잼버리 이슈가 많이 언급됐다. 부정적인 우려가 많은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잼버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잼버리와 올림픽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잼버리는 야외에서 야영행사, 올림픽은 이미 준비된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잼버리의 가장 큰 문제는 위생 변수였으며 중간에 파행된 것은 태풍 문제였다. 우리가 잼버리 실패의 교훈을 철저히 살펴서 왜 문제가 생겼는지를 판단해 두번 다시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봐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잼버리 당시에도 8일간 텐트를 치고 현장을 지켰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실 잼버리 1년 후인 지난해에 전북에서 제22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역대 한인비즈니스대회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고 잼버리 실패를 딛고 넘어설 것이다."
-지방도시 연대 올림픽을 내걸고 있지만 여전히 올림픽은 국가적인 행사다.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서 어떤 범국가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할 것인데.
"물론이다. 정부와 국회, 또 민간 협동 영역 등 여러 방면으로 범국가적인 유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는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을 방문해 의원친선협회가 각 국가마다 구성이 돼 있기 때문에 의원들이 해외 방문하실 때 IOC 위원들 연관있는 분들 가급적 만나서 한국의 올림픽 유치를 말씀주셨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렸고, 또 올림픽을 지원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주십사 하는 내용도 전달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올 텐데, 대선 주요 후보들의 공약으로 (올림픽 유치가) 들어갈 수 있도록 추진하고, 민관 합동으로 이전 부산엑스포 유치 때처럼 범국민추진위원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해 국민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얼마 전 한 여론조사를 봤는데 우리 국민들이 가장 크게 자긍심을 느끼는 사건이 첫번째는 88올림픽, 두 번째는 2002 월드컵이라고 한다. 대규모 국제 행사가 갖는 의미가 국민들에게 경제적일뿐 아니라 심리적인 자긍심을 준다는 것이다. 전북이 올림픽을 추진하는 2036년은 지난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서 당시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이번에는 한국 국기를 단 마라토너가 대한민국에서 꼭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 특히 올림픽을 유치하고 준비하고 실행과 정리까지 이르는 전 과정이 국민 전체를 하나로 묶는 통합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로 대한민국이 자신감을 얻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림픽이 유치돼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주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