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북부에 위치한 남수단에서 다시 심각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수년간 이어졌던 불안정한 평화가 또다시 붕괴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1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삶터를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남수단에서 지난 3월 이후 격화한 유혈 충돌로 200명 가까이 숨지고 약 12만5000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올 2월 이후 최소 5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던 유엔의 3월 자료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로,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사태의 기점은 지난달 26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수단의 살바 키르 대통령은 정치적 라이벌인 리에크 마차르 부통령을 자택에 구금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두 사람은 과거 정부군과 반군의 수장이자 내전을 주도했던 당사자들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유혈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대통령직과 부통령직을 나눠 갖는 조건의 권력분점형 평화협정에 서명했지요. 그러나 이번 가택연금 조치로 인해 이 협정은 사실상 깨졌습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인도주의 조정관인 아니타 키키 그베호는 "급증하는 폭력 사태는 중단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인도주의 지원 자금이 부족해지고 남수단 전역에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시점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은 이번 무력 충돌로 인도주의 활동가 4명이 사망하고, 보건시설 6곳이 강제 폐쇄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보건 인프라 붕괴는 현재 남수단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콜레라 위기와 맞물리며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남수단에서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는 919명, 감염자는 약 4만9000명에 달합니다.
남수단은 원래 수단의 일부였습니다. 아랍계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인 북부와 흑인 아프리카계 기독교·토착신앙 중심의 남부 사이에 갈등이 장기간 빚어졌었지요. 2011년 1월 국민투표로 독립이 결정됐고, 그해 11월 '남수단 공화국'이란 명칭으로 공식 독립했습니다. 그러나 독립 직후부터 반복된 내전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도주의 위기에 시달려왔습니다. 특히 2013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내전은 2020년까지 약 40만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수백만명이 인접국인 수단으로 피난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지자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키르 대통령에 마차르 부통령에 대한 구금 조치를 해제하라고 요구했고,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 또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이달 초 남수단을 방문해 중재 작업을 벌였지요.
남수단은 지난 내전의 상흔이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입니다. 권력 공유, 정치 개혁, 재건 사업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고 있습니다. 정부와 군 내부의 부정부패, 풍부한 석유 자원을 둘러싼 갈등, 민족 분열과 갈등은 여전히 뿌리가 깊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불안정한 평화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개입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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