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어대명'의 분위기 속에 형식적인 경선을 치를 태세다.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100% 국민경선을 바꾸어 당심과 민심을 5 대 5로 반영하기로 규칙을 바꿨다. '이재명의,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에 의한' 형식적 경선을 치르겠다는 소리다. 과거 이낙연과의 대표 경선에서 있었던 폭로전의 트라우마로 '아버지 이재명'에게 있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고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에 맞설 국민의힘은 헤매고 있다. 11명의 후보가 난립하더니 서류심사만으로 8명으로 줄였다. 여론조사를 통해 4명으로 줄인다고 하는데 역선택을 막기 위해 민주당 지지자들은 빼고 조사를 한단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일반 국민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후보보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우호적인 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4명을 추리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 정당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것도 탄핵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그나마 중도 확장성이 크다고 본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마를 포기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덕수 권한대행 차출론이 시끄럽다. 본인은 입장 표명이 없지만 오죽 사람이 없으면 대선을 엄중히 관리해야 할 한 대행을 차출하자고 할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 한 대행이 나선다면 그것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불리하니 심판이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이를 곱게 볼 유권자들이 얼마나 될까. 한 대행이 나서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민주당의 탄핵이다. 민주당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 시점에 한 대행을 탄핵하겠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 몇 가지 치명적 한계를 갖고 나설 수밖에 없다.
첫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의 결과로 실시되는 대선이란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라는 중대한 심판이 있었음에도, 탄핵에 대한 반성은 커녕 오히려 친윤, 친한 등 계파 갈등만 보이고 있다.
둘째, 숫자는 많은데 국민이 공감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 한동훈은 윤석열과 대치하면서 정치적 중량감이 커졌지만, 여러 차례 정치적 판단 오류가 있었고, 검사 출신에 압구정 오렌지족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힘들다. 홍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꼰대'지만 청년들과도 잘 어울린다. '사이다'식 언변으로 시원한 맛은 있지만, 좌충우돌하는 성격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김문수는 운동권 출신으로 보수정당에서 활동하면서 도지사와 국회의원, 장관직을 역임해 국정 운영의 경험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그의 삶 자체가 깨끗함을 입증한다. 결기가 굳고 강하지만 융통성이 부족해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기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안철수는 순수함이 남아 있지만 어린애 같은 표정이나 말솜씨에 여러 차례 출마와 사퇴를 반복해 식상한 느낌이 크다. 나경원은 여성 정치인으로 원내대표를 지낸 5선 의원으로 정치 경험이 풍부하지만 아직은 대통령감으로 보기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선거는 정당과 인물의 선택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운명을 건 선거다. 이미 국회 2/3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대통령 권력까지 장악하게 되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져 못할 일이 없다. 정부 조직은 물론, 공공기관, 공영방송에 민간기업들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갖게 된다.
몇 명의 이탈자만 생겨도 헌법도 바꿀 수 있고, 헌법재판소도 진보 좌파적 재판관으로 채워 헌법 해석도 독점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대한민국을 인민 민주주의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에만 몰두해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당내 경선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모든 것을 양보해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 오직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가 어떻든 상관없다.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