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와 제왕적 국회 간 충돌이 게엄·내란 사태의 본질 이재명, 사법 리스크 회피 위해 대통령직까지 활용… 책임감 없어 더불어민주당은 가짜… 정체성·다양성 완전 파괴, 국힘보다 못해 이낙연 고문, 대선 출마 고려 중… 탁월한 안목·시대적 통찰력 지녀 국민 통합과 개헌은 동전의 양면…권력 분권·제왕적 국회 개편해야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차기 대통령에겐 쪼개진 나라와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이 특히 요구됩니다. 이와 함께 개헌을 통해 낡은 정치체제의 틀과 질서를 바꿔야만 대한민국이 새로운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17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 디지털타임스 사무실에서 만난 전병헌(67)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개헌만이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 간 충돌이 비상계엄 및 내란 사태의 본질"이라며 "이를 뜯어고치는 게 개헌"이라고 했다. 그는 "준법과 상식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이 개헌을 통한 분권형 새 질서와 함께 작동할 때 정상국가가 가능하다"며 "통합과 개헌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밝혔다.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가짜 민주당"이라며 "70년 전통을 가진 당의 정체성과 다양성이 완전히 파괴돼 국민의힘보다도 못한 반민주적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개인적 사법 리스크 회피를 위해 대통령직까지 활용하려는 욕망이 너무 강하다"며 "공적 의식이나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가 청산돼야 '윤·명' 구시대 정치질서가 청산되고, 대한민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내 비명계는 대선 이후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빼놓지 않았다.
전 대표는 이어 "오는 6월 대선은 정권 교체냐 연장이냐의 싸움이 아닌 개헌과 호언 세력의 싸움"이라며 이재명 전 대표를 제외한 '뉴 DJP 연대', '역 DJP 연합'을 제안했다. 이 전 대표에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이 모두 모여 정당과 진영, 이념, 지역을 넘어서는 새 패러다임의 정치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미래민주당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는 탁월한 안목과 시대적 통찰력을 가진 분이라며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밖에 준법과 법치는 민주주의의 근간인데 기본적인 덕목조차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나서 국민을 속여가면서 팬덤층을 형성하는 정치는 이제 국민들이 걸러내고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전 대표는 충남 홍성 출신으로 서울 휘문고를 나와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경제학 학사,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3선 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으며,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김대중 정부 국정홍보처 차장을 지냈다. '비타민 정치', '비타민 복지', '전병헌 아저씨 정치가 뭐예요?'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따른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 대통령엔 어떤 자질이 요구된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쪼개져 있는 나라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통합적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 개인의 영웅적 결단이나 리더십이 아니라 정치체제의 틀과 질서를 바꿔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통합과 개헌은 동전 앞뒷면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분권형 개헌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87년 체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문제를 갖고 있었는데 절대 의석을 가진 '이재명 당'의 횡포를 보면서 제왕적 국회, 제왕적 입법 권력이라는 심각한 문제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제왕적 국회 간 충돌이 계엄과 내란 사태의 본질적인 모습입니다. 이런 제왕적 국회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바로 개헌입니다. 두번째는 준법과 그리고 상식을 가져야 합니다. 준법과 상식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이 개헌을 통한 분권형 새 질서와 함께 작동할 때 국민들의 상식적인 일상의 회복이 가능합니다. 정상적 일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상적 리더십과 정상적 국가가 가장 큰 당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새미래민주당은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이 시대정신"이라며 줄곧 두 사람의 동반 청산론을 주장해왔습니다. "차악 윤석열에 폭싹 속았다. 최악 이재명에 또 속아선 안된다"고도 하셨는데 이처럼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비판에 앞장 서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선은 미래를 향한 경쟁입니다. 누가 더 좋은 미래를 만들 것인가, 누가 더 나은 삶과 국가의 발전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2022년 대선은 그야말로 누가 덜 나쁜 후보인가를 가려내는 선거가 돼버렸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집권 후 차악의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국민들한테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또 최악의 후보였던 이재명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나기 무섭게 면책특권이라는 방탄복을 입기 위해 부랴부랴 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것도 자기 지역에 보궐선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가서 배지를 다는 데 급급했고, 불체포 특권을 방탄에 유용하게 사용했죠. 의원직이라는 불체포 특권 한겹의 방탄복만 가지고서는 불안하다고 생각했는지 당 대표까지 꿰차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의 압박을 마치 야당 대표에 대한 탄압으로 프레임을 전환시키는 데 일단 성공했죠. 12개 혐의, 8개의 사건, 5개의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 대표와 의원직만으로는 방탄해내기 버거운 상태가 되어갈때 윤 전 대통령이 한심스럽게도 계엄이라는 '뻘짓'으로 조기 대선이라는 앞길을 열어준 겁니다. 궁극의 방탄복을 입기 위해 대통령직까지 활용하려는 사적인 욕망이 너무 강합니다. 공인 신분으로서의 최소한 공적 의식이나 의무감, 책임감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민주당은 입법 내란, 국회 쿠데타 세력"이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이재명 당'은 더 이상 민주당이 아닌 가짜 민주당입니다. 제가 평생을 몸 바쳐왔던 70년 전통 민주당의 정체성과 색깔,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민주 정당의 뿌리까지 완전히 파괴해 버렸습니다. 또 최근 대선 후보 경선 룰 개정을 통해 마지막 한 가닥 남아 있던, 민주당의 정통성이라고 할 수 있고 노무현이라는 대스타를 탄생시킨 완전 국민경선제조차 이 전 대표의 방어와 방탄을 위해 포기해 버렸습니다. 새미래민주당 입장에서는 진짜 건강한 민주당을 재건하기 위해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게 됐습니다. 김대중 정신과 권위의식의 탈피라는 노무혐의 가치가 완전히 멸종돼 버려 더욱 더 원망스럽습니다. 70년 전통 민주 정당의 민주당을 사실상 일극 체제, 북한 김정은식 체제에 버금가는 그런 1인 권력 만능주의적 정당으로 그리고 아부와 아첨의 낙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보면서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국민을 대변해온 자랑스러운 정당이 국민의힘보다도 못한 반민주적 정당으로, 일극 체제 파쇼 형태의 정당으로 전락된 것이 한편으로는 가슴 아프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화가 납니다."
-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조기대선이 전망되던 시점에 대표님은 '3총'(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3김'(김동연, 김경수, 김두관) 경선을 예상하신 바 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세균 전 총리 또한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는데 이런 구상이 여전히 유효합니까?
"일단 민주당 틀 내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이낙연 전 총리와의 협력과 연대, 선의의 경쟁 틀 구조는 사실상 와해됐다고 보여집니다. 이낙연 전 총리외에는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껍데기 속에 안주하려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민주당 틀안에서 안주하면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건 잠룡이 아닙니다. 정세균 전 총리하고는 여전히 협의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도 이재명 일극 체제에 동의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끈질긴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시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총리분들과도 연대나 공동의 협상 테이블을 한번 마련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 당 고문을 맡고 계신 이낙연 전 총리는 이번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신지요?
"정확하게 팩트만 얘기한다면 현재 고심 중에 있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새미래민주당 입장에서는 당내에 이 전 총리를 대체할 만한 후보군은 지금 없는 상태입니다. 저희들은 일찍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출마 여부를 최종 결심하게 될 겁니다."
- 이낙연 전 총리께서는 행정 경험도 풍부하고 정치 경험도 많습니다. 이 전 총리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정치가 너무 천박해졌습니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조차 준법과 법치라는 말을 차마 스스로 올리지 못할 정도의 막말 정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전 총리의 강점은 품격있는 정치의 표본이라는 겁니다. 두번째는 경험이나 경륜에서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계 정세에 대한 통찰력도 상당합니다. 현 정치인 중 가장 탁월한 안목과 시대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이슬기기자 9904sul@
- 새미래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요? 최근 김종필 전 총리 묘소 방문이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와 같은 방식의 세력재편을 염두에 둔 것입니까?
"제가 최근 기자회견 때 '뉴 DJP 연대'와 '역 DJP 연합' 두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정당과 진영, 이념을 넘어 실사구시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연합 내지는 연정 체제를 창조해내는 것이 뉴 DJP 연대의 본질적인 성격입니다. 이제까지는 유권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이 영남 출신 후보를 통해 집권의 꿈을 이뤘습니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그 예이죠. 역 DJP 연합은 보수 진영에서 호남 출신을 앞세워 대선에서 승리하는 겁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광주 전남, 정세균 전 총리는 전북 출신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아직 논의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전북 출신입니다. 국가적 생존이 달려 있는 중차대한 분기점에 지도자를 뽑는 시기인 만큼 영호남 가릴 것 없이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이 우선이어야 되지 않느냐라는 그런 취지에서 역 DJP 연합을 말씀드린 겁니다."
- '반(反) 이재명 개헌 연대'도 비슷한 의미입니까?
" 개헌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1300명의 전직 의원들로 구성돼 있는 대한민국헌정회와 정대철 회장을 비롯한 원로 그룹들 또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9월부터 이미 개헌 연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개헌을 통해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대선을 일치시켜 국력의 소모와 분열을 최소화해 수명이 다한 87년 체제도 진화시키자라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만이 개헌에 소극적이고 반대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반이재명 연대가 아니냐라고 하는 것이죠. 이번 대선은 정권 교체냐 정권 연장이냐의 싸움이 아닙니다. 개헌을 통한 국민 통합이냐 아니면 집권만을 위한 87년 호헌 세력이냐라는 호언과 개헌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하고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기생해 어떡해서든지 권력을 획득해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막아내고 집권욕도 채워야 되겠다라는 건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거죠. 유승민 전 의원께서도 국힘 경선을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이런 분들이 함께 연대해 국힘과 민주당이 아닌 제3의 국민 후보를 만들어내고, 최종적으로 연대와 연정을 통해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새 질서와 새 나라를 건설하는 중대한 모멘텀으로 이번 조기 대선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선을 만들기 위해 새미래민주당은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그러니까 개헌을 고리로 국민의힘과도 연대도 가능하고 그렇다는 말씀이시군요.
"무소속 연대도 가능하고 민주당 내 죽기 아니면 살기 이판 사판의 정치의 틀 가지고서는 나라가 더 이상 지속가능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일부 의원들이나 세력들과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1987년만해도 대통령을 내 손으로 그러니까 직선제 개헌이 시대적 요구이고 국민적 여망이었는데 지금은 5년 단임 그리고 양당 구조라는 게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개헌으로 이를 끊어버리는 데 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함께 힘을 모아 개헌에 우선하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그것은 그다음 문제다라는 취지인 거죠."
- 이재명 전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민주당내 비명계의 입지는 더 약화된 것 같아 보입니다. 민주당내 비명계의 운명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마디로 소멸되겠지요. 아직까진 비명이나 친문계가 필요하니까 같이 하는 것 같지만 뼛속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 비명계들에 대해 불신과 원망을 하고 있는 이런 상황속에서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지난번 이 전 대표가 통합한다고 비명계 잠룡들을 만나놓고서 후에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될 때 비명계들이 검찰과 짜고서 그렇게 했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런 상상 자체가 섬뜩하고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봐요. 그러니 제가 볼 때는 민주당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콩고물을 먹겠다고 남아 기회만 엿보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오래 가지 못할 거다, 대선이 끝나는 것과 함께 소멸이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정신 차려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새미래민주당은 원외정당입니다. 정당으로 살아남는 게 일단 중요해 보이는데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의석은 없지만 옳은 소리를 하면서 바른 길을 가는 것이 당이 생존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이재명 일극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과거의 인물로 청산되었기 때문에 이제 이재명 전 대표의 청산이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 전 대표가 청산되어야 '윤·명'이라는 구시대 정치질서가 청산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의 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국회라는 낡은 체제의 헌법질서와 권력체제를 바꾸는 개헌 세력을 조직화하고 공동 연대를 통해 개헌을 이루어내는 핵심 동력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당의 사명입니다."
- 개헌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개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새미래민주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할 정도로 다양화된 사회입니다. 초극대화된 다양성 사회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분권화돼야 됩니다.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적절하게 배분되는 것은 물론 제왕적 국회 구조도 바꿔야 합니다.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려면 양당제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다당제의 형태로 가야 합니다. 대통령 중심제의 미국도 오래된 양당 체제가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으로 한계를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중간에 완충 역할을 하는 정당이 하나, 양당이 싸울 때 싸움을 말릴 수 있는 정당 하나 등 두 개의 정당 정도가 더 필요합니다. 3~4개의 당이 다당제 구조로 국회를 구성해 협치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존립할 수 없는 그런 정치구조와 의회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극단적인 갈등을 예방하고 국민적 화합과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양당제와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일소하고 대통령의 권력도 국회의 권력도 분산하는 그런 개헌으로 가야 된다 생각합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과 대선 동시 투표를 제안한 후 단 사흘만에 접었습니다. 개헌이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십니까?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민주당 일극 체제와 제왕적 국회 제도의 한계를 명료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우원식 의장은 굉장히 뚝심이 강한 사람으로 국가 권력 서열로 보면 넘버 2입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일극 체제의 국회, 이재명 일극 체제의 민주당 내에서 개헌론이 사흘 밖에 못 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의 민주성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민낯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987년 평화민주당의 전문위원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하셨는데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리고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고, 개인적인 목표를 여쭌다면?
"1987년부터 김대중 선생과 같이 했습니다. 어릴 때 왜 나는 분단된 국가에서 태어나 늘 북한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나라에서 살게 됐는가라는 불안을 가졌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남과 북이 전쟁하지 않고 사이 좋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 고려대 신문 기자를 했습니다. 당시 민주전선이라는 야당 기관지가 있었는데 언젠가 저기서 편집국장을 해봐야겠다는 로망을 가졌습니다. 1987년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 6.10 항쟁으로 직선제 대선이 이뤄졌습니다.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로망이었던 민주전선 최연소 편집국장으로 임명돼 최장수 편집국장을 하게 됐죠. 그렇게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사실상 사사하다시피 많이 배웠습니다. 정책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언행으로나 제 마음속 최고의 위인은 지금도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지난해 7월 새로운 미래 당 대표가 된 후 새미래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가짜 민주당이 돼버렸고, 민주당의 전통적 문화와 가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낙연 고문과 함께 제대로 된 건강한 70년 역사와 전통과 가치를 재건한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게 제 일차적인 정치적인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헌법을 고쳐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 두번째의 목표죠."
-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 혐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되풀이하는 얘기지만 우선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준법과 법치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정치의 근간입니다. 지도자가 국민들 앞에 부끄러움 없이 그리고 주저함이 없이 준법과 법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는 특히 야권 지도자 중 여성 스캔들로 많이 낙마를 하는데 적어도 공인이라면 그리고 공직 후보자라면 사생활이 부끄럽지 않아야 됩니다.이 두가지 덕목은 건강한 시민과 생활인의 기본 덕목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의 기본적인 덕목조차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나서 국민을 속여가면서 그리고 비상식적인 언행을 해가면서 팬덤층을 형성하는 정치는 이제는 국민들이 걸러내고 심판해줘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치가 양극단을 유발하는 제도적 장치도 무너뜨려야 합니다. 여러 갈래의 정치가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 공생과 협치의 정치 문화와 기반을 만들어야 됩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소수파를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느냐가 그 나라 민주주의 수준의 척도입니다. 소수의 견해를 배려해 주는 여유가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진보의 가치입니다. 보수나 진보 이념의 가장 기본 틀은 관용과 휴머니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진보나 보수 모두 휴머니즘과 관용이 너무 없어요. 극단적인 대처와 문화를 정치인들이 앞장서 해결해 나가는 그런 정상적인 정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기본으로, 상식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