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지 수십 년이 지난 70대 이상 고령자 중심으로 소음성 난청의 산재 신청과 보상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소음성 난청의 산재 인정 현황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기준이 연령별 자연경과적 청력손실을 미반영하고, 사실상 무제한 산재 신청이 가능해 고령자들의 불합리한 산재보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소음성 난청 승인자가 약 5배 증가했고 이 중 70대 이상 고령자 비중이 30.5%(2019년)에서 최대 52.7%(2022년)를 기록할 정도로 확대됐다. 90대 이상 노령자 산재 인정 건수도 2019년 1건에서 2022년 21건, 지난해 18건으로 증가했다.
산재보험급여 지급액도 빠르게 증가해 2018년 약 490억원에서 6년 만인 2024년에는 2000억원 가량 늘어난 2482억원이 지급됐다.
경총은 최근 증가 속도 유지 시 10년 후(2034년) 약 1조원 이상의 보험급여 지급이 예상되고, 2차 베이비부머 세대(954만명)의 대규모 퇴직·산재신청이 본격화되면 보상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소음성 난청 승인 건수(16.1%)·장해급여액(15.1%) 평균 증가율로 추계한 결과, 2029년 약 1만2300건 승인과 5014억원의 급여 지급이 예상되고 2034년에는 승인 건수가 2만건을 넘어서며 급여지급액이 1조12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약 954만명의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가 향후 11년에 걸쳐 법정은퇴연령에 진입할 예정인데, 퇴직자 중 상당수가 소득 보전을 위한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 시 장해급여 급증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경총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인정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경총은 자연발생 가능성이 높은 노인성 난청과 업무로 발생한 소음성 난청을 구분하기 위한 연령보정 기준이 부재한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소음성 난청은 발생 초기 외에는 노인성 난청과 구분이 매우 어렵고, 기존 연령보정 기준이 2020년 삭제돼 노인성 난청도 쉽게 산재로 인정되고 있다.
또 난청 발병 후에는 청력 회복이 불가해 장해급여를 지급하는데, 장해급여 청구권 발생일 기준이 '소음노출 업무 중단일'에서 '진단일'로 변경되면서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져 퇴직 후 수십년이 지나도 산재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해급여 신청 가능기간(유효기간)은 5년이나, 최초 소음성 난청 진단 후 5년이 지나도 진단서를 다시 받으면 새로운 진단일 기준으로 장해급여 청구를 할 수 있게 돼, 소음 노출 작업장을 떠난지 수십년이 지난 퇴직자도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연령보정 기준(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또는 산재신청 유효기간(미국, 프랑스, 영국)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봐도 국내 기준은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보정 기준 신설과 '소음 노출을 떠난 후 3년'으로 신청 가능기간을 제한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미 제시됐으나 해당 법령 개정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행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의 미비점이 보완되지 않는 한 고령 퇴직자들의 무분별한 산재 신청과 과다보상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재보험 취지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운영을 위해 소음성 난청 연령보정 기준 신설과 '마지막 소음 노출일' 기준으로 장해급여 청구 가능기한을 적용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