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조사·재정컨설팅·공무원 교육 등
제도적 기반 마련 위한 실천적 연구 눈길
지방의회 주민참여 활성화 방안도 제시
LIMAC, 투자사업 타당성 조사·관리 맡아
다양한 정보 담은 '지방행정트렌드' 발간
지방소멸 등 해결 위한 '빈집세' 도입 제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올해로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은 지금, 그보다 10년 앞서 현장과 정책 사이에서 대한민국 지방의 길을 모색해 온 기관이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연구원은 지방행정의 효율화와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실천적인 연구로,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도록 뒷받침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함께 요구되는 시대 변화에 맞춰 타당성 조사부터 재정 컨설팅, 공무원 교육까지 정책과 실행을 아우르는 전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방소멸, 연구부터 제도화 마련까지

지역사회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지방행정의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연구원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고령화 문제가 현실화되자 주민 삶의 질 개선과 균형발전 과제를 주목하면서 지방행정체계 개편을 비롯한 대응 전략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연구원은 또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에 대한 법적 절차와 방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본 틀에 대한 설계를 중점으로 방향을 제시했다. 2020년 광역행정 단위 통합과 특별지방자치단체 제도 검토를 중심으로 법적·제도적 대안과 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주도의 통합과 중앙의 지원이라는 협력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후 지방자치사무의 기능 배분 기준, 행정구역 통합·분리의 법적 근거, 특례 유형화 등을 통해 구조적 과제를 정립했고, 2022년에는 영남권(부산·울산·경남)과 충청권 메가시티 논의에 대응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하며 구상을 구체화했다.

연구원은 인구감소에 대응을 위해 자치단체 간 협력제도 개선 방안과 시군구 특례제도에 관한 연구를 함께 지원했다. 시군구 특례제도는 지역마다 처한 여건과 수요가 다른 현실을 반영해, 중앙정부의 일괄적 지정이 아닌 자치단체가 직접 필요한 권한과 제도를 제안하는 상향식을 말한다.

연구원은 '시군구 특례제도 지정기준 구체화 연구'와 '지역맞춤형 시군구 특례 검토 연구'로 지정 기준을 유형화하고 선제적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과 정책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원의 이러한 지역맞춤형 특례제도 연구와 제도화 노력은 지자체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역량과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도 수행했다. 지방의회는 지자체 최고 의사결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그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했다. 이에 연구원은 지방의회의 역할과 방향의 재설정과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위상을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다.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참여 모델 개발하고, '지방의회의 주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역량 강화를 위해 지방의회 예결산 심의 표준교재를 개발하고, 의회 직원 전문성과 분석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사례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지방분권 개헌, 지방의회 권한 확대, 지방의회법 제정 등 자치입법 환경 개선에 정책적 기반을 제공해, 지방의회의 실질적 위상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국가적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연구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연구원은 2016년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소멸지역 분석을 시작으로, 인구감소 지역의 지정 기준과 시뮬레이션 연구, 정주 공간의 현대화 방안, 생활서비스 체계 개선, 유형별 정책 방안 등 다양한 연구를 축적해 왔다.

2018년에는 기초생활시설 공급 방안을, 2019년에는 유형별 모델과 사업개발, 지역인구감소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 연구를 수행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이후 성과로도 이어졌다. 2021년 정부는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매년 1조원씩 10년간 총 10조원을 투입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는 대책을 수립했다. 이어 2022년에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근거를 마련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제도화 이후에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졌다. 연구원은 2022년부터인구감소지역 지원 관련 연구용역을 집중적으로 수행했다. 89개의 인구감소지역과 관할 시도가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서 등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빅데이터 기반의 기초자료들을 분석·제공했다. 아울러 지자체 스스로 인구감소 위기의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인구감소지역 대상 컨설팅과 행정안전부, 통계청과 협업해 생활인구 통계를 산출하고, 지역별 특성과 맞춤형 대안을 개발하는 등 인구감소지역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지방예산 문지기 'LIMAC', 누수 막는다

이와 함께 연구원 직속 기구인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는 2014년 행안부 장관 지정 타당성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8월까지 539건의 타당조사를 수행했다. LIMAC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타당성 검토, 투자사업 이력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같은 기간 의뢰된 799건의 사업 중 계획이 미흡하거나, 사전절차가 미비한 260건은 사전 검토 단계에서 반려 또는 철회됐다. 이렇게 걸러진 사업은 총 128조에 달했다.

LIMAC은 단순한 타당성 검토를 넘어,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사업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지방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과도한 시설계획이나 기존 시설과 중복되는 사업은 사전에 조정하고, 기술적 검토를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가령, 4차로 확장으로 의뢰된 지방도 사업의 경우 기존 교량을 활용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업비의 829억원, 약 38%를 절감하기도 했다.

아울러 LIMAC은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투자이력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LIMAC은 지자체의 예산을 보다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각종 투자 사업의 무분별한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이력관리 대상 사업은 1919건으로, 추진단계 사업은 1615건이다.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면 지자체가 직접 접속해 자료를 실시간 수정 관리 할 수 있어, 업무의 정확성과 효율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025 지방행정 트렌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5 지방행정 트렌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획일적 통합 그만" 하이브리드 지방행정은

최근 연구원은 지방자치 시대 지자체가 꼭 알아야 할 변화와 이슈를 담은 '2025 지방행정 트렌드'를 발간했다. 지방행정이 직면한 변화에 초점을 맞춰 실제로 필요한 정보와 방향을 중심으로 구성된 책에서 '하이브리드 지방행정' 개념이 시선을 끈다. 하이브리드 지방행정은 지자체의 역할 변화, 주민참여 확대, 디지털화된 행정 혁신 등을 매개로 각 지역에 맞도록 협력과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지금까지 시-군, 도-광역시에 이어 메가시티까지 다양한 형태의 통합이 논의돼 왔지만, 일률적 통합은 지역의 자치권을 약화하고, 지역 주민의 의사결정 참여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지방행정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하이브리드 지방행정은 인구 감소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책으로 인구 감소를 억제하고 그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이브리드 지방행정은 인구감소에 따른 행정 수요 축소에 대응해, 행정계층의 유연화와 기능 재구성으로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기존의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정치적 리더십, 정서, 행정수요를 정밀하게 진단한 후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는 지역 맞춤형 접근을 강조한다.

연구원은 "미래의 지방행정은 행정 효율성 증대, 주민 편의성 제고,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역 간 차이를 최소화하고,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구 고령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방에서 심화하고 있는 빈집 문제 해결 방안으로 '빈집세' 도입을 제시했다. 2023년 통계청에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미거주 주택(빈집)은 153만5000호로 총 주택(1954만6000호)의 7.9%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5.7%(8만3000호) 증가한 수치다.

일본 교토시의 경우 장기 공실 주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일정 기준을 만족할 때 세금을 적용한다. 영국 런던은 빈집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일정 기간 이상 비어 있는 주택을 대상으로 세금을 징수한다. 각국은 빈집세 도입으로 공실 주택 유휴 활용을 증가시키고, 주택 회전율을 높였다.

이 같은 방식은 빈집을 시장에 공급하거나, 공공주택·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활용할 기회를 넓혀 지역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또한 소유주가 주택을 관리하거나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주택 정비를 위한 재정확보에 이바지한다고 역설했다.

연구원은 "법적·제도적 정비 없이는 빈집세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고려가 필요하다"며 "빈집 문제는 지역마다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세율 적용은 특정 지역에 더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어,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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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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