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협력서 北과 동급 취급
한·미 동맹에 파열음 지적도
"미와 연구협력 까다로워질것"

[AP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미국이 끝내 한국을 이른바 '민감국가 리스트(SCL)'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제한은 없다는 설명이지만, 미국이 한국을 과학 협력 분야에서 북한 등과 사실상 비슷하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에 파열음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우리 정부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바이든 정부 때인 지난 1월초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SCL)상의 '기타 지정 국가'로 추가했으며, 유예나 변경 없이 15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국이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된 것에 대해 "과거에도 지정이 되고서 수개월 후에 해제된 경험도 있다"면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해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정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도 정확히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고, 미국도 발표를 안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에 있는 연구소에 한국인들이 2000여명 정도 들어갔다. (한국인) 고급 두뇌들이 많이 늘며 약간 민감한 사안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추측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한국 연구기관과 연구자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17개 연구소 방문 시 최소 45일 전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 직원이나 소속 연구자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접촉할 때도 추가 보안 절차가 적용된다.

현 시점에서 한·미 협력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우 14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원자력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과학계에선 한국에 '민감국가 꼬리표'가 붙은 만큼 미국과의 기술·연구 협력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술·에너지 안보와 연관성이 높은 인공지능(AI), 양자, 원자력, 핵융합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신규 협력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연구·개발(R&D) 협력으로 책정한 예산이 지난해 28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으로 늘었는데, 이번 민감국가 지정으로 예산을 제대로 쓸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으로 양국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없고, 향후 미국의 협력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안심 섞인 얘기만 내놓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협력 국가를 다변화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 기술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기술주권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이준기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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