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 지지자가 윤 전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태극기를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그리고 6·3 조기 대선으로 정리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때 12.8까지 치솟았던 한국은행의 정치불확실성지수는 최근 2.5로 내려왔다. 불확실성이 다소 걷혀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전보다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여전한 정치 불확실성 =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 13일 기준 2.5(일주일 이동평균)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0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의 장기평균을 0으로 가정할 때의 상대적 수치다.
지난해 12월 초 0.4~0.5에 그쳤던 지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가파르게 치솟아 같은 달 14일 12.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긴장이 고조된 1월 2일에도 12.4까지 급등했다. 이후 2월 하순 1.4로 안정됐으나 이달 초 탄핵심판 선고를 전후로 다시 올랐다.
종전 최고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2004년 3월 17일의 8.8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2016년 12월 13일에도 6.2까지 올랐다.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한은 조사국이 언론 기사 중 제목과 본문 등에 '정치'와 '불확실'을 포함한 기사 수를 집계해 산출한다.
통상 지수 상승이나 하락은 언론 기사를 바탕으로 판단한 정치 불확실성이 과거 평균보다 확대 또는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마이너스(-)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계엄 사태로 고조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설상가상으로 짓누르는 돌발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무디스 "경제·정치 불확실성 해소 어려워" = 무디스는 윤 전 대통령 파면에도 한국의 경제·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치 긴장이 고조된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내린 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결정의 매우 분열적인(divisive) 성격을 고려할 때 거리 시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기본 원칙은 제도와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것이지만, 경제 활동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연시키는 정치적 긴장 고조 상태가 길어지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는 또 "짧은 선거 기간과 주요 후보들에 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특히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구성원들 사이 깊은 균열이 생기고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에서 정치적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이번 대선은 빡빡한 선거 일정으로 인해 각 후보 측이 내놓을 경제 정책의 명확성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이 다방면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경제 정책의 명확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주형연기자 jh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