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세상을 향해 전방위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25%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도 않은 주요국들이 한국보다도 낮은 관세를 부과 받는 경우도 많다. 일본은 24%, EU는 20%, 영국과 브라질은 10%를 부과 받는다.
경제동맹국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국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그의 정책과 인격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남발해왔다. 예측 불가능한 기행과 욕설을 일삼는 대통령 후보라는 식의 비판은 물론이고, 그의 외교정책 노선을 '광인 전략'(madman strategy)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미 대통령 선거 막판에 이르러 미국 내에서는 이미 판세가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음이 감지되는 상황이었는데도, 한국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해리스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는 목소리를 끝까지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진행한 문제해결식 담판을 놓고도 미국이 약소국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제국주의적 압박이라는 식의 보도로 일관했다.
트럼프의 일거수 일투족은 우리의 앞날을 위해 올바르고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마땅하다. 그래야 합리적 대책도 도출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상호관세 제도는 전세계의 모든 교역국들이 대미교역에서 거둔 무역수지 흑자폭에 비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해 관세를 철폐해 버렸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미 교역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지 여부는 별도의 문제인 것이다.
서로 교역 및 환율 장벽을 쌓아놓지 않고 있다면 일시적인 무역흑자를 보더라도 환율이 그만큼 변동되어 교역조건을 변경시킴으로 인해 무역수지가 상호 균형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작용하게 된다.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계속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무역수지 흑자 구조가 고착화된 것은 흑자국이 교역장벽을 쌓아놓거나 환율 변동을 막는 정책을 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대미교역에서 거둔 무역수지 흑자폭에 비례한 관세를 미국이 부과하는 것은 불공정한 교역구조를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일본, EU, 영국, 브라질보다 높은 것은 그만큼 한국이 대미교역에서 흑자를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고, 한국이 비관세 장벽을 쌓아놓은 상황을 입증하는 지표라는 것이다.
이제 미국 정부의 연간 국채 이자 지급액이 미국의 국방비 지출액을 넘어서는 상황까지 도달했고,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미국내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상황까지 더해 초래하는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은 참아왔던 불법 및 불공정 교역구조를 근본적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트럼피즘의 논리는 선거 캠페인 시절부터 미리 예고된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캠프가 선언하고 취해온 정책들은 예측 불가능하지도 않고, 불투명하지도 않았다. 트럼피즘에 대한 미국 내에서의 광범위한 지지와 실제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서부 지역 중산층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경제동맹국일지라도 이들 나라를 통한 중국 제품의 우회수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일정한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임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 국가들이 30% 이상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 받은 이유다. 그런데도, 이들 동남아국가들을 주요 생산기지로 삼아 전자제품을 생산해 상당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해온 우리 주요 수출기업들은 해외투자 다변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정부도 국내로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 수입다변화 정책을 취하고 있었을 뿐, 해외투자 및 제조기지 다변화 정책은 고려하지도 않고 있었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미리 전략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분석이나 보도는커녕, 사실을 왜곡하면서 반미 프레임으로 엮어가려는 노력까지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임기이니 2년만 버티면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도 종종 언론에 등장한다.
객관적 시각으로 미국 내 트럼피즘의 위상을 제대로 분석해보면,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트럼피즘의 후계자들이 미국 내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이들을 대적할 민주당 후보는 실종 상태임을 실감하게 된다. 앞으로 적어도 10여 년 동안은 트럼피즘이 지배하는 미국을 우리는 마주해야 한다. 트럼프 진영이 궁극적으로 내놓을 카드는 전세계를 상호관세로 압박한 후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10년 이하의 단기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의 무이자 국채로 교체하도록 요구하며, 환율까지 약달러로 조정하는 것이다.
'제2의 플라자 합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라도 트럼피즘의 위상과 정책 방향을 제대로 분석하는 체제를 갖추고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여 장기적 국가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당장 중국,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에 투자한 생산기지의 투자 가치를 재평가함에 있어, 미국발 장기적 위험요소를 제대로 반영시켜야 한다.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을 대폭 완화해나가는 전향적 시각부터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