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짧지만 길었던 한 정권이 막을 내렸다. 정치적인 이슈는 잘 모르겠지만, 자본시장만 봐도 전 정부가 남긴 임팩트는 작지 않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관세이슈에 집중하다 기억 속에서 잊어버린 단어가 있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른바 '밸류업'이다. 지난 한 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주제다. 정부는 밸류업을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으로 선전했고, 시장도 정부의 푸시를 받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결국 관심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 우리나라 시장에서 밸류업은 중요해지지 않았다. 밸류업 지수가 나온지 3개월여 만에 정부가 직접 자본시장을 죽이다시피 했다.

환율은 급등했고 코스피는 폭락했다. 기업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주가가 오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정부나 언론이 주목했던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나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지수, 이를 기반으로 한 자산운용사의 상품들도 관심에서 치워졌다.

밸류업지수는 오는 6월 첫 정기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밸류업을 잘한 기업은 지수에 포함시키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기업들은 퇴출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밸류업 지수를 강조하던 정부가 사라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참여 동력이 남아있을지가 걱정이다. 지수 편입 종목들에 대한 시장 기대와의 미스매칭, 활용성 낮은 지수 등 지적은 많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밸류업의 취지 자체는 좋았다.

그동안 기업들이 꽁꽁 숨겨뒀던 미래 비전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고, 배당 등 주주환원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밸류업 지수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고, 한국거래소가 추가로 내놓기로 했던 '성장주 중심 밸류업지수'도 중단된 상태다.

밸류업지수는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본시장 공약 중 유일하게 실현된 정책이다. 세제지원 강화, 분할 상장 제한, 상폐요건 정비 등 나머지 공약들은 제대로 추진해보기도 전에 끝났다.

정부와 사람은 사라졌지만, 정책은 남았다. 상법 개정이 멈춘 상태에서 밸류업마저 공수표가 돼버리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조기대선 기간 동안 또다시 후보들은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당장 생각해 보면 한 쪽은 상법 개정을, 다른 쪽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내세워 주주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나설 것이고, 세제 관련 문제도 또다시 등장할 것이다.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한국의 대외신인도 강화 방안도 내세울 수 있다.

문제는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3년여 동안 우리나라 소액주주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모르겠고, 실제로 지켜진 공약은 많지 않다.

신중한 공약과 함께 남겨진 정책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도 상당수다. 대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필요해 보인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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