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을 사흘만에 자진 철회했다. 우 의장은 9일 페이스북에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제 정당의 합의로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며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 투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고 썼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일에 개헌 국민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며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제안했었다. 우 의장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7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우 의장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개헌 개나 주고 입 닥치라", "국회의장 놀이 중단하라", "비상계엄 못지않은 충격"이라는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다.
개헌은 시대적 과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뒤를 이은 탄핵정국으로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 또한 어느 때보다 강하다. 권력구조 개편의 원포인트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다수당 대표 권한을 적절히 제어해야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주장이 분출한다. 지금과 같은 헌법 체제 아래 정부와 다수당이 대립할 경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각성이 국민들을 깨웠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등 정치 원로들도 개헌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지난 2022년 대선때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하고, 지방선거·총선과 대선 일정을 맞추기 위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임기를 1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런데 이제 개헌 반대로 입장을 바꾼 건 조기 대선의 승리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보다는 대선 승리라는 정치공학적 셈법에 몰두하는 것이다.
우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은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그런데 입법부 수장이 사흘만에 이를 거둬들였다. 항간엔 우 의장이 이재명 대표와의 물밑 협의를 거쳐 동시 투표 제안을 했다가 친명계의 비난에 철회한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국회의장은 대통령, 대법원장과 함께 삼부 요인이다. 당적도 보유할 수 없다. 특정 당을 떠나 오로지 국익과 국민만을 위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중차대한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입이 어쩜 이리 가벼운건가. 국민들을 모독하는 언사로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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