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안팎의 중견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건설업계의 4월 위기설에 이어 '7월 위기설'이 힘을 받고 있다.
고환율과 공사비 상승, 경기 부진, 미분양 적체 등 해결될 줄 모르는 악재들로 업황은 악화 일로인 데다 7월 새로운 대출 규제가 부동산시장과 건설사들을 더욱 옥죌 것이란 전망에서다.
올 들어 신동아건설(시공능력 58위)과 삼부토건(71위) 등 유력 중견사들의 법정관리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7월 '줄도산'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충북 충주에 본사를 둔 대흥건설은 최근 공시를 통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공사실적(기성액)이 32억7500만원으로 충북 도내 건설공사 실적 1위 건설사다. 작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로는 전국 96위였으며, 2023년에도 기성액 3331억원으로 충북 1위를 기록했던 건실한 중견기업이다.
대흥건설은 책임준공형(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진행한 평창·안산 등 전국 6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생활형숙박시설 사업장)과 관련해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경우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와 함께 금융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흥건설 관계자는 "금리와 물가 인상 등으로 건설비용이 초과 발생해 준공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현재는 모든 사업장에서 준공을 완료했지만,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융비용을 모두 떠안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1994년 대흥토건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97년 대흥건설로 사명을 바꿨다. 2021년에는 주택 브랜드 '다해브(DaHave)'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로써 법정관리에 들어간 국내 중견 건설사만 올 들어 벌써 8개가 된다. 올 1월 국내 50위권 건설사인 신동아건설과 경남 2위 건설사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충격을 안겼다. 연이어 지난 2월 국내 건설면허 1호 보유 기업인 삼부토건과 시공능력평가 138위인 안강건설, '엘크루'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같은 달 부산 반얀트리 호텔 화재 사건으로 시공사였던 삼정기업이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3월에는 '벽산블루밍' 아파트로 알려진 벽산엔지니어링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총 160곳이다. 전년 동기(134곳) 대비 12% 늘어났다. 올해 하루 평균 1.8곳의 건설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전문건설사 폐업까지 포함하면 630건이 넘는다.
폐업 사유는 대부분 '사업 포기'였다. 건설업 전반의 업황 축소와 공사 수주 물량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면 건설업계의 위기는 가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19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는 전국 미분양 주택 문제 역시 풀릴 가능성이 적어진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를 보면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61가구로 집계됐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3722가구로 전월 대비 3.7% 늘었다. 19개월 연속 증가세로, 이 가운데 약 80%(1만9179가구)가 비(非)수도권에 몰려 있다. 미분양으로 분양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고 높은 금리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고꾸라지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며 지난 201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환율로 인해 자재 가격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마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공사비 인상은 드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시행 사업을 더욱 어렵게 한다.
올해도 불황이 계속될 전망이라 대형 건설사들도 자산 매각이나 사업 정리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8위인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 본사 부지 등 1조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폐플라스틱 자회사인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매각한 데 이어 인력 감축도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자회사인 GS엘리베이터에 이어 '알짜 자회사' GS이니마까지 매각을 추진했다. 대우건설도 최근 1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뉴스테이 사업 지분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본사를 서울 외곽으로 이전한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와 지방 미분양 해결책 등 정부가 제때 역할하지 못하면 건설업계의 겨울은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급등세를 보인다고 해서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지방을 (정부는) 모른척하고 있는데,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는 등으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