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과 헛발질은 엇비슷하다. 삽질은 별 성과 없이 삽으로 힘들게 땅만 팠다는 헛수고의 속된 표현이다. 헛발질은 몹시 노력하는데도 겨냥이 잘못돼 빗나간 발길질을 이르는 것이다. 자기 일을 일부러 삽질하는 사람은 없으며, 누구라도 헛발질을 원하지 않는다. 황당하고 창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의 일터에서는 간혹 삽질과 헛발질 같은 일이 눈에 띈다.
2023년부터 '마약과 전쟁'을 벌이는 정부가 올해부터 '범정부 합동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유흥업소와 공·항만 등 마약류 범죄 취약지역 집중 단속, 증거 채증·분석이 가능한 휴대용 모바일 포렌식 장비 도입, 소변 유효성 검사법 개발, 마약 수사 특성에 맞는 위장 수사 제도 등을 연내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온라인 마약유통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수사팀을 개편하고, 텔레그램 등 SNS,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 등 비대면 마약 유통망 집중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불법 마약류 거래·광고를 상시 감시하며, 수사기관이 마약범죄 이용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할 경우 금융회사가 즉시 계좌 출금을 정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도 개정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대검은 주요 마약류 유입국인 태국과 베트남에 마약 수사관을 파견하고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에서 국제공조를 강화하며, 경찰은 미국 마약단속국과 '극동지역 마약법집행회의'를 공동 개최하고 주요 마약 유입국에 대해 인터폴 공조 작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필자는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마약범죄 수사 성과에 대하여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마약범죄의 특성과 수사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판매와 투약자가 합의적인 마약범죄는 지능·유혹·은닉·재범 특성을 가진다. 2024년 전체 마약 범죄자 2만3022명 중 투약 9528명(41.4%), 밀조·밀수·밀매 7738명(33.6%), 밀경 1123명(4.9%), 소지 1888명(8.2%), 그리고 기타 2745명(11.9%)이다. 외국인과 마약이 연계한 조직폭력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면 더 과감한 정책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은 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 주(州) 경찰 마약전담반 협력으로 매년 116만명의 마약 사범을 체포하는데, 우리나라의 약 50배에 달한다. 그럼에 불구하고 마약 카르텔 수사를 위한 보충적인 수단으로 감청 수사를 활용하고 있다. 감청 수사의 성과는 미국의 연례 감청 보고서에 명확히 나타나 있다.
미 당국의 감청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총 2101건의 감청이 승인되었다. 이 중 1129건은 연방 판사가 승인하였고, 972건은 주 판사가 승인하였다. 이것은 외국정보감시법(FISA)으로 규제된 안보 감청을 제외하고, 일반범죄 수사 목적의 감청만을 보고한 것이다. 휴대전화 같은 이동형 기기가 전체 감청 대상의 95%를 차지했다.
감청으로 수사한 범죄 중 가장 많은 것이 마약범죄로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음모와 같은 불법 모의는 전체의 11%, 살인 및 폭행죄는 약 5%를 차지하였다. 2023년 한 해 감청 수사 결과 총 5530명이 체포되었고, 45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반 수사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연방 및 주 법률은 최초 영장에 따른 감시 기간을 30일로 제한하지만, 판사가 추가 시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2023년에 종료된 가장 긴 연방 감청 수사는 펜실베이니아 서부에서 이뤄졌다. 마약 수사로 280일간의 감청을 완료하기 위해 영장을 9번 연장한 것이다. 가장 긴 주정부 승인 감청은 뉴욕 먼로에서 집행됐다. 마약 수사에 733일간의 감청을 완료하기까지 영장이 26번 연장되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마약과 전쟁'에서 이기려면 조직폭력과 연계된 공급과 거래의 비밀 네트워크인 마약 카르텔을 끊어내야 한다. 보통의 수사 방식으로는 실체적 증거 수집에 한계가 있다. 미국의 과학수사 방식대로 보충적인 수단으로 감청 수사를 활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목표 겨냥 방법과 방향을 알면서도 장기간 방관하면 삽질과 헛발질을 넘어 직무 유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