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대통령 탄핵사태 3번째, 위기극복 난제

경제난 속 총성없는 관세전쟁 확전일로

국회·정부, 추경 등 현안 처리 손잡아야

조기대선 앞 2개월에 국가명운 걸려있어


벌써 3번째다. 대통령 탄핵사태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선거중립 의무 위반 등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 직무가 정지됐다가 5월 복귀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혼란은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 탄핵 후폭풍으로 그 해 4월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숱한 '탄돌이'가 양산되며 열린우리당이 국회를 장악했고, 탄핵사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및 비선실세 의혹 등으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3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이 돼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면서 파면됐다.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이끌었다.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가 그를 파면하면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앞의 사례와 차이가 있다면 한국을 집어삼킬 듯한 나라 안팎의 쓰나미다. 국정 안정을 위해 맨 앞에 서야 할 공직자들조차 미증유의 사태 속에 불안감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거시경제 장관회의 모습.  연합뉴스
거시경제 장관회의 모습. 연합뉴스


탄핵사태를 3번째 겪는다는 세종정부청사의 한 고위 공직자는 "우리나라와 국민의 저력을 믿지만 현재 국내외 상황이 너무 좋지 않은 게 사실 아니냐"라며 "특히 경기 전망이 어두운 게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두 차례의 탄핵사태를 이겨낸 공직사회의 '학습 효과'에도 불구하고 곤혹감이 엿보이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험로를 본다.

주식시장의 롤러코스터는 그렇다하더라도 암울한 경제 현실은 지표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경기동행지수의 경우 지속적으로 떨어지더니 특히 비상계엄 이후 낙폭이 커지며 윤 전 대통령 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다.

성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극심한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가 겹치면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콜롬비아 등을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0.066%로 전체 37개국 중 꼴찌에 가까운 29위였다. 0%대, 아니 거의 마이너스(-) 수준이니 위기감을 키운다.



기초체력이 바닥났는데 '관세전쟁'을 견뎌낼 수 있을까. 상호관세로 촉발된 전선이 지구촌 전체로 확대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미 '맞불관세'를 들고 나온 중국에 대해 5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경고하면서 거세게 압박했다. 사실상의 협박이다. 다른 나라들과는 즉시 관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다만, 국정 1인자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의문이다.

트럼프 2기 출범 3개월이 되도록 국정 책임자 누구도 통화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통상 전문가인 한덕수 권한대행은 직무에 복귀한 지 15일이 된 7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탄핵 정국 속에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엔 취임 10일만에 황 권한대행과 통화했었다. 반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관세 정책 대응을 위해 이번 주 내 정상 통화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가 급물살을 탈 시기이나 현실은 정반대다. 산불 피해 복구와 민생 지원 등을 위해 행정부는 몸이 달아 있는 데 국회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물론 조기 대선일이 확정돼 추경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가동될 전망이기는 하다. 정부 여당과 야권이 민생 현안을 놓고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당리당략으로 사사건건 부딪혀온 점으로 보아 낙관론은 희망사항이다.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만 행정부가 정책 추진의 동력을 완전히 잃은 부분도 돌아볼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의료·교육·노동 분야 등 4대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무리수 논란에 휩싸이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의료개혁이 그 중 하나다. 의대 증원 발표에 전국 수련병원 전문의들이 의료 현장을 벗어났고, 피해는 애꿎은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교육부의 정원 원복 약속에 의대생들이 캠퍼스로 돌아온 뒤에도 의정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야가 극적인 타협을 이룬 국민연금 개혁 또한 '자동조정장치'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조기 대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여의도가 세종을 윽박지르는 일이 재현돼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가 행정의 발목을 잡아서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야권은 이시바 일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치열하게 준비할 때 '1인 다역'의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국회 증언석에 앉혀 추궁했다. 권한대행 꼬리표를 떼기가 무섭게 탄핵안 발의로 몰아세웠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개헌 동시 투표' 입장을 내놓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란 종식이 먼저"라고 받아친 것은 민생보다는 권력놀이에 빠져 있다는 방증이다. 정파적 이해에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탄핵사태 이후 노무현 정부는 입법 독주로, 문재인 정부는 적폐몰이로 민심을 잃고 정권을 넘겨줬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더라도 집권 후 국정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자면 앞으로 2개월 동안 정부와 박자를 맞추는 게 절실하다. 국회가 정부를 옥죄어서는 부메랑이 되고 만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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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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