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이슈는 재계와 자본시장의 화두였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작업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며, 금융당국은 '당위성', '주주 소통 절차', '자금 사용 목적' 등을 이유로 절차를 중단시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 증여하면서 이를 정면 돌파했다.

초대형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주들에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조금 더 길게 본다면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를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한화는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고, 작년엔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방산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K-방산에 '러브콜'을 보낸 점도 '한국한 록히드마틴'을 목표로 하는 한화의 승부수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판단은 달랐고, 김 회장은 '지분 증여' 카드로 의지를 보여줬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59만원 선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다시 70만원 선을 회복했으니 투자자들도 이러한 진정성을 받아들인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승계 밑작업보다는 미래 사업을 위한 기업의 선택이었다는 것이 보여진 대목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현대차는 작년 하반기 인도에 상장할 당시 '중복 상장' 반발이 나왔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인도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이었지만, 중복 상장으로 현대차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반대 논리였다.

여기에는 '현대차가 인도서 잘 되면'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잘 풀려야 코스피에 상장된 현대차의 주식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신규 상장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인도법인은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해 이러한 시장의 기대감을 방증했다. LG전자가 인도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자금 조달은 상장, 유상증자 외에도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조단위 차입으로 조달한다고 하면 시장의 불안감을 사라질까. 오히려 불어난 이자비용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획일화 된 정답은 없다. 기업들은 당연히 상황에 맞는 최적의 조달 방법을 택할 것이고, 이는 곧 기업가치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상충된 논리는 '상법 개정안'까지 이어졌다. 이는 기업들이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저해된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재계에서도 이를 일부 공감하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를 해소하자고 주장했지만 야당과 투자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의 거부권이 행사됐지만 언제든 다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업이 합병·분할 시 주주보호 의무를 신설하고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지만 배제됨으로써 상법 개정의 명분마저 희석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군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시대로 전환하면서 초대형 투자는 경쟁의 한 요소가 됐다. 지난 2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하면서 양사가 추진하는 5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한 예다. "회사를 성장시킨 지배주주와 단순 투자로 참여한 일반주주의 논리가 같겠느냐. 회사의 운명을 책임지는 지배주주가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저해시키겠느냐."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한 교수님과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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