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하마스의 주민 고문·살해 주장이 제기되면서 민심이 이반되는 분위기입니다. 1년이 넘게 이어지는 이스라엘군의 학살, 봉쇄에 따른 굶주림 등으로 주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온 듯합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사는 22세 팔레스타인 남성 우다이 라비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조직원 수십명에게 끌려갔습니다.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우다이가 납치된 뒤 예리하고 딱딱한 물건으로 심한 고문을 당해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다이의 형제인 하산 라비는 "그들이 우다이를 데려가 계속 고문했다"며 "우다이를 데려가라고 나중에 나한테 전화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산이 우다이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살아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마스 조직원들은 속옷만 입은 우다이를 목에 줄을 걸어 끌고 다니면서 구타했습니다.
하산은 "그들이 우다이를 넘겨주면서 '누구든 (하마스 소속) 알카삼 여단을 모독하고 흉보는 자는 이런 운명을 맞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우다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내 숨을 거뒀습니다. 하산은 병원에서 우다이의 팔, 등, 다리에 있는 자상과 멍 같은 상처를 모두 영상에 담아 고문의 증거로 공개했습니다. 유족들은 우다이가 한 달 전께 알카삼 여단 전투원들과 말싸움을 벌인 뒤 보복을 당할까 계속 두려워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주민 살해 의혹은 가자지구에서 이례적으로 하마스 반대 시위가 발생한 상황에서 불거졌습니다. 앞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자 더는 가족의 사상, 피란, 굶주림 같은 고통을 참지 못하겠다며 시위에 나섰지요. 이들은 지난달 말 수천 명씩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리는 살고 싶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하마스 퇴진과 종전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번 고문 치사 사건은 하마스 반대 여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마스의 정당성과 통치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질 전망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하마스 반대 시위는 한층 조직화되고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현재 가자지구 상황은 참혹합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침공전이 시작된 뒤 5만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하마스 전투원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많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 굶주림, 질병과도 싸우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내 빵가게들마저 밀가루와 연료가 바닥나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현지 빵가게 업주 협회장인 압델 나세르 알-아즈라미는 빵집 폐쇄로 가자지구에 식량난이 더욱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현지 주민인 이브라힘 알-쿠르드는 CNN에 "40명의 대가족에게 먹일 빵을 오전 8시부터 찾아다녔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며 "밀가루고 땔나무고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물도 없다. 절박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가자지구 식량난은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식량 등 구호물자 반입을 봉쇄한 탓입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중심도시 라파에 지상군을 진입시키는 등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평화로운 시위에 참여할 합법적 권리가 있고, 이는 우리가 믿고 수호할 국가적 가치의 필수적 부분"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하마스는 자신들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이 악화하는 데 대해 "이번 시위에는 (이스라엘 때문에) 우리 민족이 겪는 엄청난 압박과 일상적 학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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