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대국은 책임지지 않는가

비비안 포레스터 지음 / 조민영 옮김 / 도도서가 펴냄


도널드 트럼프의 재취임 이후 중동이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재점령 작전을 세우고 대규모 공습과 함께 지상군을 투입해 교전을 재개했다. 이 괴정에서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와 끝없는 전쟁 난민, 파괴된 삶의 터전까지,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이미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언제쯤 이 전쟁의 끝을 볼 수 있을까.

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근원을 면밀히 탐구한다. 프랑스 유대계 작가인 저자에 따르면 중동 갈등은 '이스라엘 국가 건설'이라는 시온주의자들의 이상 그 자체보다는, 이를 승인하고 방조한 서구 강대국에게 책임이 있다. 특히 영국의 원죄가 크다. 서구 국가들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당시 침묵했던 자신들의 죄책감을 씻어내려는 듯, 이스라엘 건국을 허용했다. 여기에는 유럽인들의 이기심도 한몫했다. 유럽 국가들은 유대인이 자기네 나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것을 두려워했다. 국경 문을 걸어 잠그고, 자국의 유대인 이민 할당량을 줄이는 일에 몰두했다. 유대인 난민 문제를 유럽과 전혀 관계없는 아랍인들에게 떠넘겼다.

결국 이스라엘이 탄생했다. 그러나 예상 가능한 충돌과 참혹한 결과는 무시됐다. 그 대가는 오늘날까지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 정작 서구 강대국들은 지금껏 책임을 회피한 채 중재자의 위치에만 서 있다.

저자는 우리가 중동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원인을 망각한 채, 눈앞의 현상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묻는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의 원인이 된 서구 강대국의 책임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중동 문제 해결의 시작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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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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