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연락(reach out)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Well, I do)"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소통'(communication)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북한과 외교 대화 재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북미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면 소위 '뉴욕채널'을 통했을 공산이 크다. 뉴욕채널은 미국 영토에서 북한 당국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주재하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소통을 의미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소통 경로로 러시아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한국 패싱이다.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된다면, 한국은 주변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랬다. 당시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어 '구경꾼' 신세로 밀려났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한국은 또다시 북미 담판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북미 간 대화가 '비핵화 없는 거래'로 전개될 가능성이다. 예컨대 북한이 핵 포기 없이 일부 제재 완화나 체제 안전 보장을 받아내는 방식의 협상이 성사될 경우, 한국의 안보는 심각한 균열을 맞게 된다. 이른바 '안보 폭탄'이다. 핵을 사실상 인정받은 북한이 향후 남한을 상대로 군사적 압박이나 정치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그 파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시사는 한반도 정세에 큰 변곡점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안보 폭탄'이 터진 후에 대응에 나선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외교·안보 라인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미 간 긴밀한 외교 채널을 가동해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북한과 대화의 끈을 다시 붙잡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 없이는, 북미 협상 구도에서 한국의 발언권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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