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초기 진화 실패 원인 '고령화', '지휘체계' 꼽아 산림청 업무 과다와 예산 부족 목소리도
매년 봄철 대형 산불이 반복되면서 초기 진화를 하기 위해 지휘 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의 규모에 따라 진화 지휘권자가 다르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쳐 산불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 확산이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도 있지만, 초기 진화실패가 산불을 키웠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산불은 발생 초기부터 화세보다 우월한 진화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투입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산불에서 골든타임은 산림헬기는 신고 접수 후 50분 내, 지자체의 임차헬기는 30분 내에 산불 현장에 도착해 진화를 시작해야 한다.
산불예방전문진화대의 '고령화'도 문제로 꼽힌다. 전국 지자체별로 채용한 산불예방전문진화대는 2022년 기준 평균 연령은 61세로, 65세 이상은 33.7%로 알려졌다.
신고접수 후 현장에 도착해 초기대응까지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불을 잡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괴물 산불' 다시 살아나지 않게…군장병 잔불 진화 작전 [연합뉴스]
또한 산불 규모에 따라 신속한 대응을 위해선 진화 지휘권자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번 산불이 지자체 간 불이 확산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의 규모에 따라 중·소형은 시장·군수, 국유림관리소장, 대형일 경우 시도지사가 지휘한다. 산불이 둘 이상 시군구에 걸쳐서 발생하면 시도지사가 통합지휘, 2곳 이상의 시도에 걸쳐 발생하면 산림청장이 통합 지휘한다.
지휘 체계가 복잡한 구조로 돼있다 보니, 현재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 지휘권자도 지자체와 산림청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의성지역 산림청장 △산청·하동 경남도지사 △청송은 청송 군수 △영양은 영양 군수 △안동은 안동시장 △영덕은 영덕 군수가 지휘체계를 맡고 있다.
지휘 체계가 복잡해 산불이 발생할 때 유관기관별 임무를 부여하는 등 초동 단계에서 협업이 어려워 초기 진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산림청, 지자체하고 업무체계가 분산돼 있어, 화재 대응은 소방청에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소방이 전담해 지휘 체계를 뿌리는 일원화로 화재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소방은 전국에 인프라가 구축돼있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장에 도착해서 큰 불을 잡을 수 있고, 산불 진화 대원은 잔불을 꺼야하는데, 산불진화대원에게 주불을 잡게 하는 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강풍에 확산하는 산불.[연합뉴스]
반면, 일각에서는 지휘체계의 이원화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예산 증액이 우선순위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전공 교수는 "산림청은 산을 관리하는 쪽으로 산림청에서 컨트롤 타워를 갖는 것이 맞다"면서 "컨트롤 타워가 일반 화재로 넘어갈 경우 소방청이 협업하는 단계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63%가 산림인데, 63%를 커버할 만큼의 예산을 줘야하는 데, 일이 많아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난 재해에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게 좋은 방법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산불은 주로 밑에서 발화될 가능성이 높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다 보니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면서 "이번 산불은 천재지변에 가까운 불이라 초반에 불을 잡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