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피케팅 하던 나경원 국미의힘 의원과 윤 대통령 파면 촉구 피케팅을 준비하던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정치적 명운이 걸린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조기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재판이 잇따라 열리면서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광화문 천막당사 설치' 등 장외투쟁을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와 연결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이 정도 형량이면 항소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예상된다"며 "그렇기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고 내부의 비명(비이재명) 세력을 억누르고자 선제적으로 극단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전과 4범의 12개 범죄혐의자 이 대표를 위한 방탄 때문에 거대 야당 전체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동업자들은 트랙터로 도로를 점거하고 총파업마저 불사한다"며 "사실상 내란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겨냥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기각·각하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 탄핵소추위원으로서의 경험, 현재의 여론,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헌법 재판의 구조가 다르고 사안 자체가 다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기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기각·각하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복귀하고 헌법재판소의 선고기일 지정이 늦춰지는 게 기대감을 키운 것으로 읽힌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줄곧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헌재의 한 총리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계기로 '이재명 때리기'에 더욱 몰두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헌재가 한 총리 탄핵안을 기각한 이후 '9전 9패'를 기록한 민주당의 줄탄핵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을 지금이라도 접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무죄를 외치며 윤 대통령 파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밑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정치 탄압', '검찰의 유력 대선후보 죽이기'일 뿐 새로운 변수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대통령 파면 시 소속 정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개최한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를 향해 당장 윤 대통령을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을 기준으로 12·3 내란 사태 발발 113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2일째, 탄핵 심판 변론 종결 29일째"라며 " 선고가 지체될수록 헌재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열을 올렸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는) 당장 26일이라도 (윤 대통령 파면을) 선고해야 한다"며 "헌법 수호자로서 헌법 파괴자 윤석열 파면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양당의 여론전이 격화하면서 국회가 아닌 길거리에서 의원들 간 설전도 벌어지고 있다. 나경원·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재 앞에서 각각 윤 대통령 탄핵 반대와 찬성 시위를 하던 도중 자리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했다. 헌재로부터 반경 100m 이내 지역은 집회나 시위가 금지돼 있어 1인 시위나 기자회견만 허용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말로만 '1인 시위'라면서 편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날에도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이게 어떻게 1인 시위냐.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모임,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꼼수, 이게 국민의힘 수준"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고 민주당 수준이나 돌아보시라"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