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기득권자인 러시아는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과 '북극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저지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둘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는 배경에는 '중국 견제'가 있고, 이는 '북극 패권'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극의 얼음은 녹고 있지만 강대국 간 전략적 대결은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해 항로 핵심거점 '블라디보스토크' 손에 넣은 中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중국에 경제적·군사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서방의 제재를 받자 러시아는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에 무기 및 군민양용(軍民兩用) 보급품을 제공하고 있다. 원유도 대량으로 구매해 러시아 경제를 지원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그 대가로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국경 통관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존 중·러 관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특혜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블라디보스토크 항 이용권을 획득한 것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향후 해양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다. 특히 북극해 항로라는 지정학적 변수를 고려할 때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북극해 항로는 동아시아에서 캄차카 해협을 지나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유럽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물류 경로다. 이 항로를 이용하면 기존의 수에즈 운하를 통한 경로보다 운송 기간을 20일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러시아산 원유·가스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운송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효율적인 북극해 항로를 선호한다. 중국이 주창하는 '얼음 위의 실크로드' 경로에서 블라디보스토크 항은 핵심 거점이다.
뿐만 아니라 북극해 해역에는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니켈, 구리, 희토류 등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과 광물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극 지역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전략적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확보를 노리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
◆시진핑의 '북극 야망'
중국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이 녹기 시작한 북극으로의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북극권 국가가 아님에도 스스로를 '근(近)북극 국가'라고 선언하며 북극권을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북극에서 중국의 입지는 제한적이었다. 지난 2007년 중국은 '북극 이사회' 옵서버 지위를 신청했지만 다른 회원국, 특히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2013년에서야 옵서버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8개 이사국이 장악하고 있다. 북극권 맹주인 러시아는 이렇게 중국의 참여를 제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중국에게 북극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 중국의 북극해 항로 이용과 자원 탐사 참여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가 푸틴과 거래를 시도하는 이유
전쟁이 지속될수록 러시아 경제는 더 악화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중국이 서방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는 이유다.
전쟁이 길어지는 것이 중국에겐 유리하다. 이는 북극해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 입장에선 이를 막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해 전쟁을 조기에 끝내 러시아를 중국에서 떼어내려고 한다. 이후 러시아와 손잡고 북한과 수교를 한 후 미·러·북 연대를 구축해 중국을 포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트럼프의 전략대로 러시아가 서방과의 관계를 회복하면 중국의 북극해 장악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반면 트럼프의 전략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는 더욱 중국에 의존하게 되고, 북극에서의 미국 입지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결국 트럼프가 푸틴과 협상에 나선 것은 단순한 전쟁 종식이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전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북극은 단순한 극지가 아니라, 글로벌 패권의 새로운 전선으로 급부상중이다. 패권의 물결이 북극으로 향하면서 '북극'이라는 또 다른 전쟁터가 등장하고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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