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도 보수서 극단으로… 미래 정당 역할하기 힘들 것 계엄 반대 한동훈, 정치적 용기 지녀… 배신자 비난 옳지 않아 김문수 장관, 선거 확장성 없을 것… 시대 요구하는 인물 아냐 이재명 대표 맞설 野주자 안보여… 비명계 인사 다들 '고만고만' 대통령·의원 임기 일치, 정부·의회 같이가는 권력구조 만들어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시절로 퇴보하고 있습니다. 환골탈태 없이 재집권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20일 서울 경복궁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인(85)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찬성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행태로는 결코 재집권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도 보수에서 벗어나 극단으로 치우쳐선 국민들이 요구하는 미래 정당의 역할을 해내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보수는 외환위기·박근혜 탄핵·윤계엄으로 세번째 몰락 중이라고 했다. 또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계엄 해제에 앞장 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적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며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민주당은 자신의 정체성마저 정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진보 정당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현재로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맞설 야당의 주자는 보이지 않으며, 비명계 인사들은 다들 '고만고만하다'고 평가했다. 보수에서 김문수 노동고용부 장관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과 관련해선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은 아니다며 선거에서 확장성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이사장은 정치의 요체는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안민'(安民)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켜 정부와 의회가 같이 가는 권력구조를 만들어야 혼란과 비효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손자인 김 이사장은 경제학자이자 정치인 겸 정치 디렉터다. 한국외대를 나와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제11·12·14·17·20대 의원(모두 전국구·비례대표)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당이 어려울때 이를 해결한 해결사 또는 킹메이커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참여해 그해 총선과 대선을 도와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가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란 직함을 달고 공천 작업을 총괄하고 선거를 지휘, 승리로 이끌었다.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독일은 어떻게 1등 국가가 되었나', '영원한 권력은 없다'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용될까요, 아니면 기각될까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외부 사람이 재판관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어 지금으로선 뭐라고 얘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재판관들이 헌법 정신에 의해 올바른 판단을 하면 될 거라고 봅니다."
-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대해 '보수의 세번째 몰락'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직도 이런 진단이 유효한지요.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보수가 왜 오늘날 이렇게 국민으로부터 멀어졌는가를 생각을 해보죠. 제가 늘 강조합니다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로 인해 보수의 일각이 무너졌습니다. 그 다음 박근혜씨가 보수를 새롭게 탄생시킬 것처럼 하면서 대통령이 됐는데 그걸 전혀 못했으며, 결국 임기도 못채우고 끝났죠. 그게 두번째 몰락입니다. 그러고 그 다음에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수도권을 잃었습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해 세번째 보수의 몰락을 맞게 된 겁니다."
- 탄핵이 인용되면 정국은 대선 정국으로 급속히 전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대선을 좌우하는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십니까?
"시대정신이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니고 또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사회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하게 시대정신이라는 것보다 국민의 삶을 어떻게 제대로 개선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이 노력을 해야 되는데 사실 우리 정치권은 지금까지 정쟁만 했지 국민의 생활과 관련해서는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한 그런 사례가 없습니다."
- 바람직한 대통령의 자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람직한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정치의 요체가 뭡니까? 국민의 복지를 어떻게 잘 향상시키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 로마 시대에서부터 정치의 요체는 국민의 소위 생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입니다."
- 얼마전 유튜브 방송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자기네 정체성조차 정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십니까?
"민주당이 특별하게 진보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정당들이 대동소이합니다. 더군다나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할수록 정당들이 서로 수렴을 할 수밖에 없어요. 국민과의 대화를 하다 보면은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건 매일의 일상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고 해도 특별히 진보라고 할 게 없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표께서 중도 보수쪽으로 가야 되겠다고 했으며, 국민의힘도 경우에 따라서는 소위 중도 진보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근대 정당의 모습들로 대단한 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 현재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이런 상태로 가서 만약 선거를 하게 된다면 현 상황에서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없겠습니까?
"그렇죠. 저도 늘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인 운명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 이 대표와 맞설 야권의 주자들은 없을까요? 비명계 인사 중에 유력 대선 주자로는 누구를 꼽으십니까?
"지금 현재 야권의 주자들을 보면 제가 보기엔 다 고만고만합니다. 특별한 주자가 없습니다."
- 국민의힘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국민의힘은 사실 제가 가서 이름도 지어주고 지난 보궐선거까지 이끌어 왔습니다. 당시에는 국민의힘을 상당 부분 중도 보수쪽으로 끌고 갔었는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의힘은 옛날 (꼰대 평가를 듣는) 자유한국당 시절로 돌아가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의 정치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소화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 극단적인 보수 쪽으로 갔다는 말씀이신가요?
"최근의 성향을 보면 저는 보수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너무 지나친 구호적 사고를 가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만약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힘 주자로는 누가 있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뭐라고 뚝 잘라 얘기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다고 하면 책임 문제가 생겨날 겁니다. 계엄에 찬동 의사를 표시하고 탄핵 반대 의사를 표시했던 사람들은 아마 대통령 후보로서의 입장이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제가 늘 얘기하지만 다시 집권을 하려면 지금까지 지향하던 소위 막연한 보수 결집 이런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최근 보여준 그러한 양태에서 완전 환골탈태해 새로운 시대의 정당으로 바뀌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나 봅니다.".
- 보수쪽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모습입니다. 지속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김문수 장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선거에서 별로 확장성이 없을 겁니다."
- 어떤 의미에서 그렇습니까?
"그분이 지향하는 바가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게 아닙니다. 한때는 극좌였다가 최근에는 완전히 극우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인물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 위원장님껜 '킹 메이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이제 지도자 세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를 본격적으로 재개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 경험이 굉장히 짧은 분입니다. 윤 대통령이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정치권에 진입했으며, 실질적인 정치를 시작한 것은 지난 총선때였습니다. 제가 높이 평가하는 건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됐을 적에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계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하고, 계엄을 해제하는데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가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저는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집권당 대표가 안일하게 생각했다면 적당히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외적인 국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엄과 같은 것을 해서는 안되는데 이를 과감하게 반대하는 행위를 보고 한 전 대표가 상당한 정치적 용기를 가진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보수 일각에선 배신자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 전 대표를 배신자라고 하는 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예를 들어 계엄이 성공해 지금 계엄하에서 산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한 전 대표를 배신자라고 얘기하는 국민의힘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계엄이 실시됐다면 윤 대통령도 그렇게 안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의 저항이 무지하게 심화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시대에 군은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난 지금 21세기에 와서 더군다나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는데 계엄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잘못된 발상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해서 그걸 배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뭐를 배신했다는 거죠? 윤 대통령이 한 얘기가 있잖아요, 본인은 개인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예를 들어 계엄에 반대한 한덕수 총리는 윤 대통령 개인에 충성은 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의 민주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행동을 한 사람입니다. 그걸 왜 배신자라고 몰아붙여요? 그런 사고를 가지고서는 국민의힘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한 전 대표가 앞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정치를 어떻게 잘 전개해 나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도 결정될 거라고 봐요. 머리도 좋고, 비교적 떼가 묻지 않는 맑은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이 방향만 설정을 잘해 국민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면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는 않을 것입니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가 특별하게 평가할 건 없어요. 이준석 대표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입니다.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계엄 선포 이후에 탄핵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나서 가장 먼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본인의 결정이기 때문에 뭐라고 얘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 이준석 대표는 향후 비전이 있다고 보십니까?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죠."
-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직에 복귀할 경우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글쎄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얘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윤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변화하는 모습에 별로 적응을 못한 거예요. 정치사회적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여건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부족했던 겁니다. 정치적인 경력이 너무나 없기 때문에 정치가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 바를 모르는 거예요. 정치의 최대 덕목이라는 것이 국민 생활을 어떻게 잘 개선하느냐가 거기에 있는데 그 점에 대해 인식이 안돼 있어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만들지 않았나 봐요."
- 정치 개혁에 대해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정치 개혁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개헌 문제를 많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87년 체제' 하에서 탄핵소추가 세번째 이뤄졌습니다. 앞으로 정치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그와 함께 경제를 안정화시키려면 정부와 의회가 같이 가는 그러한 권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치 개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수적인데 개헌을 할 주체들이 지금 별로 그렇게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외부에서만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데 그게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 바람직한 권력 구조는 뭐라고 보십니까?
"정부와 의회가 항상 일치되는 형태로의 권력 구조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내각제를 하면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는데 대통령제하에선 대통령 임기하고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고 선거가 동시에 이뤄지게 하면 정부와 의회가 항상 일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1958 헌법'은 대통령 임기 7년, 국회의원 임기 5년 그리고 총리는 국회의 다수당이 차지하는 걸로 된 헌법이에요. 이 헌법이 1958년에 만들어져 1970년대 말까지는 나름대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초 사회당이 정권을 잡은 후 미테랑 대통령의 임기 동안 '동거 정부'를 해야 했습니다. 미테랑 대통령이 14년 집권을 했는데 첫 임기 중에도 동거 정부를 하고, 두번째 임기때도 동거 정부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거예요. 그래서 당시 대통령 임기를 7년을 5년으로 줄여 국회의원 임기와 맞추는 게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는데 못했습니다.그후 시라크 대통령때에 와서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였습니다. 그 다음에 실시된 선거에서는 대통령을 선거하는 해에 국회의원 선거도 하니 의회와 정부가 항상 일치되게 됐습니다. 우리도 대통령제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축소할 수도 있는 거고, 내각제를 하더라도 국민이 대통령은 내 손으로 뽑아야 되겠다고 하면 대통령은 직선으로 뽑는 내각제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선거구 제도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얘기해야 합니다. 승자 독식을 하기 때문에 선거구제를 고쳐 다당제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국회의 현실을 놓고 봤을 때 그게 되겠어요. 일단은 일차적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헌법 개정부터 하고, 그 다음에 선거구를 어떻게 하든지 해야지 처음서부터 선거구제 개편을 들고나오면 개헌도 안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