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상법개정안 거부권 반대에 직을 건 이복현 금감원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그간 토론회 등에서 주요 이슈로 떠올랐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관련 해외 사례를 직접 인정했다.

금감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영국은 판례법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충실의무를 '주주에 대하여'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고 밝혔다.

미국의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모범회사법, 영국 판례법 등은 그동안 상법 개정 관련 토론회에서 법학자 간에도 의견이 갈리던 내용이었다.

여당과 함께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장해 왔던 금융당국도 해외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까지 확대되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힌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금감원은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이사의 충실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법적책임 대상에 회사와 주주가 병기돼 있다고 못 박았다. 미국 모범회사법도 이사가 공정하게 대할 의무와 위반에 따른 책임 상대방에 회사와 주주가 병렬적으로 규정돼 있고, 영국 판례도 이사가 회사법상 권한을 행사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특별한 거래상황에서는 주주에 대한 의무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해상충 상황에서 이사, 대주주 등의 주주 충실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서 제도 및 법해석 등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여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야당 주도로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 것을 두고 이 원장이 "직을 걸고라도 반대한다"고 하자 금감원이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해외 법과 함께 함국은행이 분석한 주주보호 수준과 기업가치의 상관관계 보고서를 예시로 들었다.

한국은행은 G20 중 16개국의 주주보호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12위에 그쳐 주주 보호 수준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35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일반주주 권익이 강화될수록 기업이 주주이익 환원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며 기업가치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회사와 주주 이익이 동일하며 충실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이익이 포함돼 있다는 학계의 견해와 달리 현실에서는 일부 회사들이 불공정 합병, 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며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과 국내증시의 투자자 보호 미흡이 밸류업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인식 전환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보호 등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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