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월 대한민국을 북한이나 러시아와 같은 '민감국가'에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외교당국은 두달 넘게 지나기까지 그런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여야도 '네탓'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을 또다시 "핵보유국"으로 지칭, 북한의 비가역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취임 후 첫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이 패싱당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미 에너지부(DOE)는 바이든 행정부때인 지난 1월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 중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 목록 효력 발효 예정일은 다음 달 15일이다. 민감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다.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국가 등이 포함되는데 SCL은 사실상 '반미국가 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DOE 산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I) 등이 관리하는데,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들은 DOE 관련 시설이나 연구기관에서 일하거나 관련 연구에 참여하려면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DOE의 원자력, 핵무기 기술,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 등에 접근하는 것과 미국과의 연구 협력 및 기술 공유 등에서도 제한이 가해진다. DOE 본부뿐 아니라 소속 연구소 등 시설이나 프로그램, 정보에 접근하려면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SCL에 등재된 국가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25개국이다. 한국이 민감국가에 포함된 것은 미국이 잠재적 적성 국가로 여긴 셈으로, 이렇게 되면 차세대 원자로 개발 등 미국과의 첨단기술 협력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무능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의 자체 핵무장, 핵잠재력 확보 발언이 미국을 자극한 것이 이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줄탄핵으로 정부 부처가 마비되면서 경제·통상 현안 대응을 지연시킨 민주당 책임이라고 했다. 보수 일각에선 민주당이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에 북중러를 멀리하고 일본과 가까이 하려했다는 걸 이유로 꼽은 것이 미국에 충격을 줬으며, 이게 민감국가로 지정된 핵심 이유라고 말한다.
DOE는 SCL에 포함됐다고 해서 해당 국가 국민이 DOE를 방문하는 것은 금지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민감국가 지정은 대한민국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여야가 네탓 공방만 벌일 때가 아니다. 정부와 힘을 합쳐 트펌프 2기 한미 동맹에 균열이 없게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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