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명이 탑승한 파키스탄 열차 납치극이 이틀 만에 극적으로 진압됐습니다. 파키스탄 특공대가 테러를 저지른 무장 반군들을 사살하고 인질 300여 명을 구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승객이었던 군인, 기관사 등도 희생됐습니다.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 AFP 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보안 당국은 이날 전격적인 진압작전을 통해 열차에 있던 무장 반군 33명을 모두 사살했으며, 총 346명의 인질을 구출해 작전을 종료했습니다. 이 과정에 열차 승객이었던 군인 21명이 무장 반군에 의해 희생됐고, 작전 중이던 군인 4명도 사망했습니다.
사르 프라즈 부그티 발루치스탄주 총리는 "우리 쪽에서도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인질들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는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은 열차에 타고 있던 민간인은 모두 풀어줬고, 인질로 잡고 있던 이들은 파키스탄 보안군이었다면서 인질 구조 작전이 벌어지는 동안 "포로가 된 적군 50명을 처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전날 오후 1시 30분께 발루치스탄주 주도인 퀘타에서 출발해 북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로 향하던 열차가 퀘타에서 북쪽으로 약 160㎞ 떨어진 마슈카프 터널에 진입하기 직전에 무장 반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총 9량으로 편성된 이 열차에는 400명이 넘는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30여 명의 무장 반군은 철도 선로를 미리 설치한 폭발물로 폭파한 뒤 멈춘 열차를 향해 총을 쏘면서 열차를 장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관사와 승객 등 여러 명이 총에 맞는 등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승객은 "열차 안에 그대로 있다가는 납치범들이 우리를 죽일 것 같아서 창문을 열고 열차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반군은 열차에 침입한 뒤 승객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발루치스탄주 외부에서 온 외지인을 색출했습니다. 반군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 발루치스탄 지역 주민들은 풀어주었고, 대신 열차에 타고 있던 보안군 등 200여명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수감 중인 발루치스탄 정치범과 독립운동가들을 48시간 내에 석방하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처형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긴급히 보안군을 투입했고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파키스탄 당국은 특공대 병력 수백명과 헬리콥터 등을 동원했지만, 무장 반군이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인질들 사이에 앉아 있는 등 위협을 가해 구출 작업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발루치스탄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 인접해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입니다. 각종 희귀 광물자원이 풍부한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투자 및 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발루치스탄주의 일부 민족주의 단체와 반군들은 파키스탄 중앙 정부와 외국 자본이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없이 광물 자원을 착취하고 지역의 부를 약탈하고 있다면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루치스탄 해방군을 비롯한 여러 반군 세력들은 중앙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테러와 무장공격을 감행해 왔지요.
파키스탄 정부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수년째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열차 납치 사건은 이 같은 긴장과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된 사례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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