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논하다…鄭 "朴 탄핵→구속 과정 문제 느끼나" 明 "朴 적대했지만…지금 보니 헌정파괴 尹과 비교불가" 鄭 "朴 재판에 '재심' 어떤가" 明 "쉽게 말 못한다"면서도 "팩트·증거 반론 있고, 검증론 헛소리같지 않더라" 여지 유명 보수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담을 가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과 형사재판 '재심' 요청에 앞장서보라고 제안했다. 보수·진보 정치의 정체성,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논의하다가 질문을 받은 이재명 대표는 "쉽게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여지를 뒀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12일 밤 채널A 유튜브로 진행된 '정치시그널 나이트'에 출연한 정규재 전 주필은 '정치보복이 끝없이 확장돼선 안 된다'고 말하던 이 대표에게 "박 전 대통령 탄핵(인용)이 구속으로 이어진 과정,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기에 굉장히 많은 문제를 남겼단 사실을 느끼시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최근 정 전 주필 생각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며 "그때(성남시장 시절) 박 대통령에게 매우 적대적이었다. 야권의 마이너 입장이라 책임이 크지 않아서"라고 공감을 시도했다.
지난 3월12일 밤 채널A 유튜브로 방영된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나이트'에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출연해 대담을 하고 있다.<유튜브 '채널A News' 영상 갈무리>
정 전 주필은 자유주의 사상과 시장경제 중시론자로 오랜 기간 보수 유튜브 활동을 해왔다. 지난 2017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파면되기 전의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1월25일)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후로도 언론사 운영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비판에 주력하되 '적폐청산'에 적극 협력했던 '윤석열 검찰'과 김명수 사법부의 정치화를 추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같은 기조를 이어오며 '이재명 사법리스크' 비평에선 여권 주류의 강경론과 결을 달리했다.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군사를 동원한 내란행위, 헌법질서 파괴란 인식을 정 전 주필과 공유한 이 대표는 "개인의 부정부패 문제나 이런 것하고, (계엄사태처럼) 국가의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하는 행위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비교하니까 전혀 다른 분"이라고 박 전 대통령을 일부 재평가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사유가 '팩트'라고 저희(민주당)는 믿는다"면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일부는 증거 얘기도 있더라"라고 했다.
'탄핵 사유'에 이어 정 전 주필은 "재판 절차도 그랬다"며 "그 문제에 대해 이 대표께서 앞장서서 '이 문제는 풀고 가자'(고 하면 어떠냐)"라고 제안했다. "어떻게요"라고 묻는 이 대표에겐 "예를 들어 '재심'이라든가. 박 전 대통령의 문제에 대해 '이건 뭔가 잘못된 것같다'든가 어떤 종류의 '정치적 리뷰'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 입장에선 진실은 아직 정확하게 모른다. 공식 결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이) 뭘 '파괴'한 건 아니고"라고 했다.
또 "일부는 무죄,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이)누군가의 부정행위를 방치 또는 묵인·동조했다는 정도 같다. 그것도 대통령으로서 책임져야 될 일이란 게 그때 결론이었다"면서도 "이게 지금 '팩트가 다르다'는 주장들이 있는 것같다. 이건 주장"이라고 했다. 2016년말 JTBC 방송에서 '국정농단의 스모킹건'이라며 최서원씨(최순실에서 개명)가 소유·사용했다고 지목했던 'PC'가 '태블릿PC'로 다시 거론되고, 특검·검찰 수사 단계에서 진위논란이 끊이지 않은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누군가 변모씨가 그런 얘기를 하는걸 봤고, 우리 당 주요 인사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번 따져보자'고 주장한다"고 했다. 보수논객 출신 변희재씨와 '소나무당' 창당으로 뭉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저는 이게 빈말이거나 전혀 근거없는 헛소리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검증을 한번 해봐야 되는 게 아니냐고 하다가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정 전 주필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다만 이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너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라서 쉽게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정 전 주필은 "우리 정치에서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분노, 적개심을 빼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며 "그 가장 좋은 방법을 얘기해드린 거다. 윤 대통령 탄핵 문제가 매듭이 되고 나면 민주당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말하자면 국민께 당의 입장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 정치적 혼란에 (박 전 대통령 탄핵·수사를 주도한) 민주당도 일부 책임이 있단 사실을 시인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부 책임' 표현에 이 대표는 "그건 맞다"면서도 "똑같이 말씀드리자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난다'고 하지 않나. (민주당은) '모든 건 네탓,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뭔가 할 때까지 기다릴 거냐'는 물음엔 "아니다. 그건 상황을 보고"라며 "정치는 너무나 변동사항이 많아 가정해서 뭔가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즉답을 미뤘다. 한편 이 대표는 29차례 탄핵안 발의, 의회독주 비판엔 "헌법적 질서 테두리 내 주어진 권한을 과하게 행사했단 비난을 받을지언정 그 안을 벗어나지 않았다. 불법 위헌 행위를 감행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반란 행위"라고 대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