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캔 음료와 술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본 마트의 주류 코너를 가보면 기존 상품 외에도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 브랜드들로 매우 현란하다. 그나마 맥주로 분류된 브랜드들은 한국 편의점에서도 늘상 보이기 때문에 친숙하지만, 그 외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 또는 신상품들은 어떤 주류이고 어떤 맛인지 가늠이 안되는 것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주류 테마가 '츄하이'다. 츄하이는 소주에 약간의 탄산과 과즙을 넣은 주류 음료를 말한다. 원래는 '소주'와 '하이볼'의 합성어인 '소츄하이보루'의 약어로 쓰였다. 그러나 소주 베이스가 아니거나 탄산수를 타지 않은 츄하이도 있기에, 최근에는 그에 한정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게 쓰인다.

원래는 이자카야의 메뉴였지만 현재는 캔 음료로 많이 출시되어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국에도 인기 높은 츄하이들이 수입되곤 한다.

일본의 츄하이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는 단연 기린 맥주회사의 '효우케츠'(氷結, 빙결) 시리즈다. 빙결 브랜드가 기업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활동의 일환으로 출시한 츄하이 2종이 화제다.

작년 5월, '빙결 Mottainai 프로젝트'의 첫 번째 상품으로 한정 수량 발매한 '기린 Mottainai 하마나시'가 첫 주에 당초 판매 목표를 달성한데 이어, 10월 발매된 두 번째 제품 '기린 빙결 Mottainai 퐁칸'은 첫날부터 판매 목표를 달성했다.

'Mottainai'(못타이나이)는 일본어로 '아깝다'라는 뜻인데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근간의 의미이기도 하다.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아까운' 비표준 과일을 츄하이 원료로 활용하는 게 프로젝트의 요지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늦가을에 시작됐다. 2024년 신제품을 준비하며 새로운 브랜드 액션을 모색하던 중, 고객들의 제품 구입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자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개발팀 멤버는 얘기한다.

다양한 사회 이슈 속에서 '빙결'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을 때, 브랜드의 DNA와 역사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빙결'은 출시 이래 과일을 고집하며 약 500종의 모든 제품에 과일을 사용하고 있었다. 과일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브랜드였기에 '과일 농가를 지원하는 브랜드'와 '사회를 개선하는 브랜드'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이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버려진 식품을 무심코 수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자를 찾아가 과일 생산의 어려움과 매력에 대해 직접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발견한 곳이 요코하마의 '하마나시'라는 배였다.

하마나시는 '미츠병'에 걸리기 쉬운데, 이 병은 과육이 반투명하게 되어 흠뻑 젖고 과육이 부드러워지는 병이다.

기린팀은 이 농가들과 긴밀하게 협의한 끝에 약 3만4000개의 버려질 배를 가공해 츄하이를 출시했다. 그 결과 최근 3년 동안 발매된 '빙결' 한정판 제품 중 가장 많은 출하량을 기록한 제품이 되었다. 또한 발매 후 하마나시 배 직판장에 긴 줄이 생겼다. 제품을 마시고 반한 고객들이 배를 사러 원산지까지 온 것이다.

첫번째 프로젝트에 성공한 이 팀은 두번째 과일로 감귤 종류의 하나인 '퐁칸'을 선택했다. 비슷한 과정을 통해 약 20만개의 버려질 퐁칸을 활용해 'Mottainai 퐁칸'을 출시했고, 현재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40~50톤 규모의 과일들을 새롭게 부활시켰고, 농가 후원도 병행함으로써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게다가 이 '착한' 프로젝트는 술에 익숙하지 않은 Z세대에게 윤리적 소비라는 의미로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미지 개선은 물론 매출 증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시사점이 높은 훌륭한 마케팅 성공 사례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