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9시간 회담 후 공동성명…트럼프 "푸틴, 휴전 동의하길" 美, 끊었던 對우크라 정보공유·안보지원 재개…"공은 러 코트에" 유럽도 우크라 안전보장 분주…"계획으로 움직일때" 마크롱 "믿을만한 안보 규정해야"…스타머는 15일 정상 화상회의 소집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30일 휴전'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으며, 2022년 2월 이후 3년여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휴전안을 러시아가 수용할 경우, 휴전 기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미국의 중재 하에 개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처리 문제, 러시아의 재침공을 예방하기 위한 대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 등을 놓고 지난한 종전 협상의 절차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평화 협상 중재자로 나선 미국은 조만간 러시아와 당국자간 협의, 정상간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러시아의 휴전안 수용을 설득할 예정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상 미국),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상 우크라이나) 등이 각각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의 상호주의가 평화 달성의 열쇠라는 점을 러시아에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미국은 정보 공유 중단을 즉시 해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무기지원)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를 보장하고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정을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성명에서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회담에서는 전쟁 포로 교환, 민간인 수감자 석방, 러시아로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국 등의 방안도 논의됐다.
양국은 "협상팀을 꾸려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안보를 제공할 지속적 평화를 위한 협의를 즉각 시작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이런 구체적 제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파트너들이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 대표단 모두 우크라이나 국민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보여준 용기를 높이 평가했으며, 지금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과정을 시작할 적기라는 데에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우리는 (휴전안 수용을 설득하기 위해) 러시아로 가야 한다"며 "푸틴(러시아 대통령)도 (휴전안에) 동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가 11일 또는 12일 만날 것이라면서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관여해온 트럼프 대통령 측근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가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의 호응을 촉구하면서 자신이 이번 주 중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 다시 초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분명히 그렇게 할 것"(Sure, absolutely)이라고 답했다.
이로써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성 언쟁'에 따른 '노딜' 파국을 딛고 양국간 광물협정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특히 두 정상이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던 데 따른 갈등이 상당 부분 봉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종식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장기적 안전보장 방안도 다뤄졌다고 말했다.또 "며칠 내로 러시아 측과도 대화할 예정"이라며 루비오 장관이 조만간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동 결과가 알려진 후 성명에서 미국이 제시한 30일 일시 휴전안을 두고 "우크라이나는 이 제안을 환영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여긴다"며 "우리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가 이를 이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30일 휴전안을 포함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회담 결과를 환영하며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압박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는 34개국 군 참모총장 및 군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해 각국 군 참모총장들에게 "신뢰할 만한 안보 보장을 규정하기 위해 구상에서 계획으로 움직일 때"라고 말했다고 AFP, AP 통신이 전했다. 영국과 튀르키예를 포함,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군 참모총장들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이 "나토 및 그 역량과 분리돼선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12일에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5개국 국방장관이 파리에 모이며 유럽연합(EU)과 나토 대표,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어 오는 15일 세계 각국 정상들과 화상 회의를 주재해 '의지의 연합'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2일 대면 회의에 이은 후속 회의로, 유럽 및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약 20개국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단기 휴전안에 부정적인 러시아의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유화적인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 소통하는 한편 전황상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를 더욱 밀어붙이려는 러시아로선 단기 휴전안을 우크라이나의 '시간벌기 전략'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 휴전이나 공중·해상 휴전 방안을 거론했을 당시 "최종 해결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떤 유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