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진성준(오른쪽) 정책위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오른쪽) 정책위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대통령과 공공기관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비상 계엄 이후 정권의 알박기 인사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지만 국정 철학과 공공기관 운영의 정합성 유지, 공기업 경영 누수 방지 등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계엄 사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2월 20일까지 인사 공고가 된 것만 53건이라고 한다"며 "윤석열 정권이 자행한 내란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인데, 왜 호떡집에 불이 난 것처럼 인사를 서두르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기관장과 임원이 대통령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알박기 인사'를 이유로 공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불일치로 인한 '알박기 논란'은 쟁점이었다. 정권교체기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불거지지 않은 때가 없었다. 야당일 때는 "낙하산 인사, 알박기"라며 현직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공격하지만, 여당이 되면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방어에 나선다. 새 정부로선 선거 공신들을 비롯해 챙겨야 할 '자기 식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2004년 5월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은 형사적·민사적 위법문제가 없거나 조직운용과 경영과정상의 문제가 없을 경우에는 웬만하면 임기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지간히 하신 분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08년 3월 취임 뒤 첫 강연을 하면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때 임명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종용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벌어졌다.

공운법상 공공기관 기관장의 임기는 3년(이사와 감사는 각 2년)이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1년 단위로 연임 가능하다. 반면 대통령은 5년이다. 그래서 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해도 철학을 달리 하는 기관장들의 임기가 끝나지 않아 규모가 큰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매번 현직을 억지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해당 기관장의 조직 장악력을 떨어뜨리고 경영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기관장이 힘이 없으니 노조가 공공기관의 주인으로,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으론 기관장 임기 3년을 유지하면서 1년씩 두 번 더 재임하는 방안, 임기를 2.5년으로 하는 방안, 장·차관처럼 별도의 임기를 정해두지 않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미국이 4년마다 대선 직후 발간하는,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진 연방정부 9000여개의 직책명, 근무지, 재직자의 성명, 임명 방식, 급여, 임기 및 임기 만료 시점 등의 정보를 담은 '플럼북'(plum book)처럼 대통령의 정치적 임명 직위를 명확히 하는 방법도 있다. 2024년 공운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은 공기업 32개, 준정부기관 55개, 기타공공기관 240개 등 총 327개다. 2023년 기준 임직원 45만165명, 자산총액 1096.3조원, 수입 · 지출액 907.4조원 등 우리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원내지도부가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일치법'을 논의했으나 입법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거대 야당이 앞장선 이번 기회에 입법화를 해야 한다. 여당도 이에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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