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토 라클라우

김내훈·이승원·이준형·현우식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전 세계적으로 극우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권위주의와 국수주의를 추종하고 차별과 배제를 당연시하는 세력이 강해지면서 민주주의 제도와 문화를 위협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21세기 신(新)파시즘의 대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포스트 마르크스주의를 이끈 에르네스토 라클라우(1935∼2014)의 정치이론이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가 제시한 '급진 민주주의'는 가시화되지 못했던 다양성과 차이를 사회 인식의 지평 위에 드러내고 , 이를 통해 새로운 정치 주체와 질서를 구성하기 위한 이론적·실천적 기획이라 할 수 있다.

라클라우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정치이론가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아르헨티나 사회당을 중심으로 학생 운동을 이끌었다. 하지만 1966년 군부 정권에 의해 대학 강사직에서 쫓겨났고 영국으로 건너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군사 정권이 재출현하자 영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했다. 그는 대학에서 '이데올로기와 담론분석' 석박사 과정을 주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에식스 학파'(Essex School)를 형성했다. 영국 에식스대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에식스 학파'는 사회적·정치적 현상을 독창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2000년대에는 아르헨티나 키르츠네르 정부, 스페인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정치적 자문을 맡기도 했다. 2014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워크숍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제3세계 정치 현실과 서구 마르크스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포퓰리즘, 헤게모니, 급진 민주주의 등의 정치 개념 및 담론 이론, 포스트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켰다. 책은 라클라우 정치이론의 토대를 이루는 '헤게모니', '포퓰리즘', '비어 있는 기표', '등가와 차이' 등 주요 개념을 해설하고, 포스트 마르크스주의와 급진 민주주의의 의미도 상세히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극우화·전체주의화 흐름에 맞설 사유의 틀을 새롭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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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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