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협정은 경제적 실익보다 정치적 셈법이 우선된 전략적 거래로 보인다. 실질적인 채굴 가능성과 경제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정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고 한다. 양국간 광물협정의 숨은 계산을 살펴본다.
◆젤렌스키가 먼저 내민 자원 카드
광물협정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10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른바 '승리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그는 서방 국가들의 군사 지원 강화를 통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면서, 그 대가 중 하나로 서방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 자원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단순히 '받기만 하는' 제안을 내놓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방 기업들이 개입해 정체된 우크라이나의 자원 개발이 활성화된다면 '윈-윈'이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에 자원 이권을 가진 국가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더욱 적극적으로 방어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묘안'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의 '승리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에 제시됐다. 이는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당연히 트럼프 행정부에도 인수 인계되었을 것이다. 트럼프 팀은 이 계획에서 희토류를 발견하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추진 의사를 밝혔고 최근 급진전했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은, 자원 개발로 얻어진 수익을 특별히 조성된 '기금'에 편입한 후, 그 일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되, 절반은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의 구조다. 대상이 되는 자원은 희토류뿐만 아니라 희귀 자원, 석유, 천연가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아직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희토류 및 희소 금속이 본격적인 규모로 채굴된 사례는 없다. 미국 지질조사국 소속의 우크라이나 전문가 엘레나 사피로바는 "우크라이나에는 희토류가 함유된 여러 광상이 있지만, 채광이 이뤄진 곳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원 자체는 존재하지만 경제성이 없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희토류 중 하나인 스칸듐은 우크라이나 중부 지토미르주(州) 등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매장량은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다. 세륨은 중부 폴타바주에서 매장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외에도 리튬, 티타늄, 이트륨,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이 존재한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자원의 30% 이상은 현재 러시아 점령 지역에 있다고 한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의 경우 대부분 단단한 암석 내에 매장되어 있어 채굴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채굴 비용이 높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반면 전세계 리튬 생산의 중심지인 남미(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서는 염호(鹽湖·소금 호수)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나마 우크라이나에서 비교적 대규모 매장량이 확인됐고 상업적 채굴이 진행중인 자원이 티타늄이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티타늄 생산량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해당 자원의 이권을 차지하고 있는 수혜자들이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최대의 티타늄 채굴 국유기업 '합동광산화학회사'(UMCC)의 지분 100%를 경매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기업가가 운영하는 기업에 매각했다. 이 외에도 벨타, 그룹DF 등 여러 민간기업이 티타늄 개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개발권을 민간기업으로부터 몰수하여 미국에 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크라이나측 추산치 일부가 '접근이 어려운 광상에 대한 옛 소련 시절의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채굴하기에는 수익성이 없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결론적으로 말해 전 세계 주요 생산지와 비교하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및 회소 금속 매장량은 상대적으로 작고, 광물 자원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지 않으며, 개발 조건도 까다로워 경제성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트럼프가 주장하는 '5000억 달러 회수'는 허황된 이야기라는 것이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의도는 '정치적 입지' 다지는 것
그렇다면 트럼프는 별다른 가치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는 광물자원 협정을 왜 서둘러 체결하려는 것일까. 여기에는 다른 목적이 숨어 있는 듯 하다.
일단 트럼프는 미국 국민들에게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광물 협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을 종식시키면서 동시에 미국도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유일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건 희토류 자체보다 희토류를 가공할 수 있는 땅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희토류는 엄청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정제 과정에서 산성 폐수와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한다. 그래서 호주는 자국에서 채굴한 희토류 가공을 환경 규제가 덜한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가공 거점으로 삼으면 환경 부담을 전가하고 중국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가 비교적 넓고,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버려진 지역도 있어 희토류 가공 거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즉, 환경적 부담을 전가하면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가 바로 우크라이나인 것이다.
결국 광물협정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외교적 신뢰를 손상시키면서, 국제사회에 또 다른 갈등 요소를 추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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